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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구속 장고… 「인선」막바지/새정부 요직 어떻게 돼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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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작업팀서 자리별 2∼3명 압축/참신성과 능력·경험놓고 저울질
국무총리·대통령비서실장 등 차기정부의 핵심요직에 대한 김영삼 차기대통령의 인선작업이 최종정리단계에 접어든 것 같다.
측근들에 따르면 김 차기대통령은 자리별로 2∼3명씩 후보를 압축해놓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종선택이 어떻게 될지는 여전히 짙은 안개속에 싸여 있다. 김 차기대통령은 「머리카락이라도 밖에 보일까봐」후보를 꼭꼭 숨기고 있는 형국이다.
별표시기도 아직 임박한 것 같지는 않다. 비서실장 내정이 총리·감사원장(취임 며칠전 발표)보다 앞서겠지만 빨라야 내주 중반이 될 것 같다고 측근들은 전망하고 있다.
○…김 차기대통령은 크게 두줄기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하나는 비밀팀으로부터 인선자료를 받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폭넓게 여러인사를 만나 추천받는 일이다.
특히 주목되는 대목은 비밀팀의 활동. 한 핵심측근은 1일 내용에 대해선 함구하면서 『어떤 자료가 준비되는지가 최종선택만큼 중요하다』고 귀띔했다.
김 차기대통령은 당선후 일찌감치 청와대 사정수석실(수석 김유후)에 보관돼 있던 정부인사자료를 넘겨받아 이 팀에 맡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 차기대통령의 자문활동은 폭이 넓다. 당내에서는 김종필대표,정원식인수위원장,김영구사무총장,최형우·황낙주·황명수·김덕용의원 등 민주계중진,김윤환·이한동·이춘구의원 등 민정계 핵심인사 등을 접촉했다.
당밖으로는 서동권 청와대정치특보를 비롯한 관계 요직인사,한완상·이병현 서울대교수 등 학계자문팀,언론계 지기 등을 만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김 차기대통령은 얼마전 자문교수단 50여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단합만찬을 가진 자리에서도 『총리후보를 추천해보라』고 한 적이 있다. 교수들에 따르면 강영훈·김준엽·이홍구씨 같은 이름이 나왔다고 한다.
김 차기대통령은 인선기준 등을 설명하지 않은채 추천을 받을뿐 호·불호는 나타내지 않는다. 일단 접수한 뒤 다른 각도의 탐문을 통해 후보의 됨됨이를 검증한다고 핵심측근들은 소개하고 있다.
김 차기대통령은 주로 오후에 시내 모호텔에서 사람을 부르거나 자료를 챙기면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측근들이 감지한 바에 따르면 김 차기대통령은 「새인물」이라는 명제와 능력·경험이라는 현실사이에서 무척 고민하고 있는 것 같다.
한 주요측근은 『김 차기대통령은 지금 주변으로부터 「새얼굴을 찾으라」는 압력에 둘러싸여 있다. 그러나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참신하다 싶으면 행정능력이 미지수고 일은 잘하는데 5,6공 사람인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라고 김 차기대통령의 고충을 헤아렸다.
김 차기대통령은 주변에서 거론되는 인사중 몇몇에 대해선 『그 친구들이야말로 청산대상인데…』라며 당치도 않다는 표정을 지은 적도 있다고 한다.
○…김 차기대통령은 총리·안기부장·비서실장 등 「빅3」에다가 감사원장까지 합쳐 4대 포스트의 얼굴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특히 제일 먼저 공개해야 하는 비서실장 낙점부터 서두르고 있다.
지금까지 주변추천을 거쳐 검토대상에 오른 이는 이홍구 주영대사,박관용·김덕룡·최병렬의원,황병태 전 의원 등 7∼8명.
김 차기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이 대사는 최근 외교·안보수석비서관의 기용탐색에 고사했다는 설도 있다. 그러나 학자출신의 이 대사는 그동안 처신이 무난했다는 점과 노태우정권의 통일원장관·청와대 정치특보를 지낸 경험이 강점이기도 하지만 일부에선 그것을 약점으로 지적하기도 한다. 비서실장 자리는 김 차기대통령의 개혁정책을 앞장서 이끌어가야 하는데 학자풍의 성격으로는 곤란하지 않느냐는 지적이다.
박·김 의원은 당사자들이 지역구를 포기해야 하고 민주계측근이란 점이 부담이라고 한다.
최 의원·황 전의원은 모두 능력·경험측면에선 후한 점수를 받고 있으나 6공색깔·참신성 등 그밖의 측면에서 점수가 깎이고 있다.
정부기능상 비서실이 개혁작업의 주제가 돼야하므로 김 차기대통령의 총리 못지않게 비서실장의 중요성을 꼽고 있다고 측근들은 전한다. 추진력,정부업무조정능력,사간같은 직언성 등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김 차기대통령은 총리인선에서 더욱 참신성에 신경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금까지 추천된 인사는 김준엽 전 고려대총장,김명윤 당고문,이 대사와 호남인사군이다.
호남쪽은 윤관 중앙선관위원장,황인성 당정책위의장,손수익 전 교통장관,박봉환 전 동자부장관(현 손해보험협회장),언론인 박권상씨 등이다.
이중 역대정권에서 중용됐던 사람들은 이번에 발탁되더라도 호남쪽 정서로 볼때 진정한 호남배려라고 보지 않으려는 여론이 있다고 김 차기대통령한테 보고됐다는 것이다.
두 박씨에 대해선 능력면에서 아직까지 특별한 평가가 내려진 것 같지 않다고 핵심측근들은 전했다.
한 측근인사는 『김 차기대통령은 될 수 있으면 호남인재를 발굴하려고 여러 채널로 추천을 받고 있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다』고 설명했다.
김 차기대통령은 감사원의 기능강화를 유달리 강조하고 있어 감사원장이 논공행상의 거물이 임명할 것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다.
김 차기대통령은 특히 대만 등을 예로 들면서 감사원의 제4부론을 최근 부쩍 피력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일부에서는 김 차기대통령이 선대위원장으로 「징발」,선거후 대통령직인수위원장까지 맡긴 정원식 전 총리를 그 자리에 예우하려는 포석이 아닌가 하고 관측하고 있다.
국내 정치사찰기능이 없어지고 대북정보와 해외정보의 수집기능을 전담할 안기부는 여전히 대통령의 중요한 통치보좌기관이어서 그 부장인선도 그리 쉽지가 않다는 후문이다.<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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