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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희극』조용한 파문|김용운씨 일서 출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수학자이며 한-일 비교문화이론에 정통한 김용운 교수(63·한양대)가 최근 일본에서 펴낸 문화비판서『일본의 희극』(정보센터간)이 출간 한 달만에 1만여 권이 팔려 나가면서 조용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이 책은 경제대국으로 세계정상에 오른 일본이 국가적 철학의 빈곤으로 한계를 맞고 있다는 내용을 지나칠(?)정도로 솔직히 파헤쳐 주목을 받고 있다.
『대중주의에 영합해 일본을 잘못된 곳으로 끌고 가고 있는 일본의 몇몇 지식인들에게 경고한다는 생각으로 이 책을 썼습니다. 일본은 과거부터 대국의 모습을 갖출 때마다 세계에 적응하는 철학의 빈곤을 노출시켜 왔어요.』
김 교수는 이같이 집필동기를 밝히면서 그 예로 정치에 야쿠자가 깊이 개입해 부패로 치닫고 있는 것이라든가, 세계국가로서의 기여보다는 자국의 이익확보에만 몰두하는 모습 등을 들었다.
일본기업들이 한해동안 쏟아 붓는 교제비총액이 2차 대전이후 지금까지 독일이 전후 배상비용으로 지불한 돈보다 많은 실정이라는 지적이다. 개도국에 대한 지원도 결국 일본으로 되돌아올 수 있도록 꾸며져 있어 기여라고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러한 것들이 일본의 한계를 눈으로 보여주는 사례들이라고 강조하는 김 교수는『사람에게 인격이 있듯이 나라에도 국 격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국가경영철학의 빈곤이 역사적으로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세계정복 야망, 명치유신 이후의 군국주의화 등 비극을 불렀는데 지금 이 같은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은 근로정신·기술존중·집단성 등을 밑바탕으로 자본주의 대국을 이뤘으나 그것은 부랑수촌 일약 국가의 지도자가 된 도요토미의 예에서 보이는 것처럼 철학을 가진 지도력의 결핍으로 천민자본주의 성질을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국가의 진로에 대한 올바른 선택을 하지 않으면 중대한 위험에 직면할 것입니다.』
김 교수는 특히 한-일 관계에서 보여주는 일본의 소아병적 태도도 지적하면서 인정할 것은 인정하는 대국의 면모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네마루 신의 북한방문을 앞두고 나왔던 저명한 정치평론가 다케무라 겐이치의『남-북 통일은 일본의 국익에 도움이 안 된다』는 주장, 총리 자문 역인 와타나베쇼이 치 교수(상지대)의『재일 동포는 물러가라』라는 망언, 한반도의 문화전파를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베스트셀러 작가 야마모토 시치헤이 등의 주장은 일본의 여론을 그릇된 곳으로 몰고 가고 있다고 김 교수는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 책을 통해 이들「그릇된」일본지식인들에게 경고하는 한편 서로 만나 토론을 벌이기 위한 목적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 책의 목적이 미국과 유럽에서 유행하는「일본 두드리기」는 아니라며『일본이 보다 나은 이웃이 되라는 충고의 뜻』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지난 1927년 동경에서 태어나 와세다 대학에서 수학하고 미국 어번 대에서 석사, 캐나다 앨버타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일본 고베·동경대학 등에서 교수생활을 했으며『일본의 몰락』『몽골민족의 원형』『한국인과일본인의 의식구조』등 많은 한일문화평론집을 펴낸 바 있다. <김상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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