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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서예가 집에 “명화도둑”/일중 김충현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겸제 산수화 등 수억상당 훔쳐가
원로서예가 일중 김충현씨(73)의 서울 동선동4가 310 자택에 5일 밤 도둑이 들어 김씨가 소장한 겸제 정선의 산수화 8폭병풍과 또 다른 산수화 1점,5돈쭝짜리 순금 행운의 열쇠 등을 훔쳐 달아나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도난당한 산수화는 조선조 문인화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정선의 독특한 화풍이 담긴 수묵담채화로 한폭에 수천만원을 호가,9점 전체값은 수억원대에 이르는 희귀 미술품이다. 김씨에 따르면 5일 자정쯤 잠자리에 들었다가 다음날 오전 6시쯤 일어나 1층 거실에 나가보니 탁자 등이 어지럽게 흐트러져있고 벽에 걸린 액자속의 가로 50㎝·세로 1m20㎝짜리 산수화 1점,유리로 덧씌운 병풍속의 산수화 8점(각24.5㎝×33㎝) 등 모두 9점이 유리가 깨진채 면도날로 보이는 예리한 칼로 그림부분만 도려져 없어졌다는 것이다. 또 거실 장롱 서랍속에 둔 행운의 열쇠도 함께 없어진 것을 발견,곧바로 관할 성북경찰서에 신고했다.
당시 김씨의 2층 양옥에는 아래층 안방에 김씨와 부인 송용순씨(72)가,2층에 운전기사(33) 부부가 잠자고 있었다.
경찰은 범인들이 평소 비워두고 있는 아래층 건넌방의 열린 창문을 통해 침입한뒤 곧바로 장지문이 담긴 거실로 들어가 범행한 것으로 보아 집안 내부사정을 잘아는 사람의 소행으로 보고있다.
또 집안에 도난당한 병풍·산수도 외에 여러 점의 고서화가 있었으나 가장 진귀한 이들 작품만 훔쳐갔으며 그림을 도려낸 수법도 능숙한 점으로 미뤄 2명쯤의 고서화 전문절도범의 짓으로 보고 이 방면의 전과자들 및 최근 김씨의 집을 방문한 고서화 전문가 등을 상대로 수사를 펴고있다.
김씨는 국내 서예계에서 원로로 꼽히는 대가로 현재 서울 관훈동에 3층짜리 백악미술관을 운영하고 있다. 도난당한 작품들은 김씨가 70년대초 4백여만원을 주고 구입했다.
▷겸제 정운◁
1676∼1759. 광주 출신으로 조선시대 가장 주목받았던 화가중 한사람. 현제 심사정,관아제 조영석과 함께 사대부 출신 화가 「사인삼제」로 불렸다. 특히 산수화에 뛰어났으며 당시 유행했던 중국화풍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인 화법을 구사,진경화를 그렸다. 대표작 『인왕제색도』『금강전도』『입암도』『통천문』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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