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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저 받은’ 우리 사주 몇년 잊고 지냈더니 차값, 집값…회사님 고맙습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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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중앙포토]

 국내 제약업체 B사의 우리사주조합 조합원들은 최근 대박을 터뜨렸다. 지난해 5월 한 사람당 평균 178만원을 투자해 우리사주를 취득했는데, 1년 뒤인 지난 5월 말 1286만원으로 불었다. 수익률 723%. 이 기간에 코스피지수는 29%, B사의 주식은 80% 상승했다. B사의 조합원들은 코스피 대비 25배, 자사 주가상승률의 9배 수익을 거둔 것이다.

 이는 우리사주제도가 부린 ‘마술’이다. 우리사주제도는 회사가 거래소나 코스닥에 상장되거나, 이후 유·무상 증자 때 직원들에게 회사 주식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을 말한다.

 우리사주제도는 B사에 어떤 마술을 부렸기에 이같이 엄청난 수익률을 낸 것일까. 비결은 ‘할인’과 ‘공짜’ 주식에 있다. 우선 B사의 우리사주조합원들은 시세보다 20% 싼 우리사주를 매입할 수 있었다. 이 외에도 종업원이 주식 10주를 살 경우, 회사 측이 10주를 무상으로 얹어주는 ‘매칭펀드’와 이와는 별도로 대주주가 무상출연한 주식도 받을 수 있었다.
 B사가 우리사주조합 중 특별히 높은 수익률을 내긴 했지만, 다른 우리사주조합의 수익률도 만만치 않다.

 한국증권금융이 거래소와 코스닥에 상장된 기업 중 증권금융에 우리사주를 예탁한 조합 388개사를 조사한 결과 지난해 5월 말부터 1년간 우리사주의 평균 순이익률이 거래소의 경우 87.78%, 코스닥은 108.83%에 달했다.

 ◆언제 우리사주 받을 수 있나=하이닉스반도체는 지난달 29일 이사회 결의를 통해 235만8822주 규모로 우리사주매수선택권을 부여했다고 2일 공시했다. 행사가격은 2만6700원. 2일 종가인 3만3400원보다 20% 싼 가격이다. 하이닉스의 경우처럼 이사회나 주주총회 결의가 있으면 기업공개나 유·무상 증자 때가 아니라도 우리사주를 받을 수 있다. 단 근로복지기준법 시행령과 규정에 근거해 할인받을 수 있는 폭은 20%가 최대다. 이때 할인해서 받은 주식은 최소 1년 동안 팔 수 없다. 종업원이 취득한 주식의 수만큼 회사가 공짜로 지원해 주는 매칭펀드의 경우에는 의무 보유 기간이 더 길다. 우리사주 운영위의 규약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최소 4년, 최대 8년간은 주식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한국가스공사의 한 관계자는 “무상으로 주식을 취득한 만큼 회사의 성장을 믿고 기다리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가스공사는 1999년 상장 후 최근까지 세 차례 매칭펀드 형식으로 우리사주를 나눠줬다.

 회사나 대주주가 무상출연으로 주식을 나눠주는 경우도 역시 4~8년간 주식을 의무 보유해야 한다. 거래소나 코스닥에 상장을 하는 기업공개(IPO) 때도 우리사주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때는 일반투자자와 마찬가지로 공모가로만 주식을 취득할 수 있다. 시세보다 할인된 공모가로 우선배정을 받은 만큼 역시 최소 1년간 팔 수 없다.

 ◆기다리는 자에게 대박이…=우리사주제도의 또 다른 마술은 장기투자다. 우리사주를 할인해 받은 경우는 1년, 무상으로 받은 경우는 4~8년간 팔 수 없기 때문에 우리사주조합원들은 강제로 최소 1년 이상은 장기투자를 할 수밖에 없다. B제약의 조합원들이 723%의 수익률을 올린 것도 1년 의무 보유 규정이 만들어 낸 마술인 셈이다.

 하지만 우리사주 투자도 2년을 넘기는 경우가 드물다. 한국증권금융에 따르면 우리사주조합의 평균 주식 보유 기간이 1년3개월. 조합원 대부분이 1년 의무 보유 기간만을 채운 뒤 서둘러 매각해 차익을 얻는다는 분석이다.

 한국증권금융 우리사주지원센터의 안병룡 전문위원은 “현대미포조선의 경우 2003년 7월 4일부터 만 4년간 주가가 약 40배 뛰었지만 대박을 터뜨린 우리사주조합원은 임원이나 고위 간부 일부에 불과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안 위원은 “이 때문에 일부 우리사주조합의 경우 장기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우리사주를 3년 이상 보유한 조합원에게는 추가로 주식을 배정하는 제도를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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