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노조 '잔꾀 파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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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기아자동차 노조가 3일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8시간 부분파업을 했다. 노조는 이날 정규 근무시간에만 파업하고 수당이 많은 잔업을 계속해 '잔꾀 파업'이라는 빈축을 사고 있다.

이날 경기도 소하리, 화성, 광주 공장 등 3개 사업장에서 주.야간 조가 정규 근무시간에서 4시간씩(오전 10시30분~오후 3시30분, 오후 10시30분~다음날 오전 3시30분.점심과 야식 1시간을 제외 ) 조립라인을 세웠다.

대신 주야 각각 두 시간씩 잔업을 했다. 잔업은 통상 시급의 1.5배를 받고, 야간조는 잔업 시급에다 50%를 더 받는다. 이날 파업에는 전체 조합원 2만8000여 명 중 90% 이상이 참가했다.

기아자동차 노조원들이 한.미 FTA 반대 파업에 이어 3일 다시 임금 파업을 시작했다. 3일 기아차 노조 파업으로 출하가 지연되자 경기도 시흥시 소하리 공장 진입로변에 커리어차량 수십 대가 줄 지어 서 있다. [사진=김상선 기자]


기아차 노조의 임금협상 요구사항은 ▶기본급 12만8805원(8.9%) 인상 ▶생계비 부족분으로 통상임금 200% 지급 ▶사내 모듈공장 유치 등이다. 이 중 '생계비 부족분' 은 기존 성과급을 단어만 바꾼 것으로, 지난해 회사가 적자를 낸 것을 의식해 만든 말이다. 현대.기아차 노조는 최근 5년 연속 파업을 했지만 흑자를 낸 대가로 매년 200~400%의 성과급(격려금 포함)을 받아왔다.

이 같은 변칙 파업에 사내외에서도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기아차 관계자는 "보통 부분파업은 오전 또는 오후만 하는데 이번 파업은 근무시간엔 쉬었다가 잔업시간만 일하는 식이라 불량률이 높아질 수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대한상의 김기태 노사인력팀장은 "정규 시간에는 파업하고 잔업을 하는 것은 파업을 하면서도 임금은 챙기겠다는, 속이 보이는 파업행태"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적자를 낸 회사에서 성과급이란 용어를 바꿔 '생계비 부족분'을 달라고 하는 것은 성과에 관계없이 돈을 많이 받겠다는 요구"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소하리 노조 정흥호 정책1실장은 "정규 시간에 파업을 해야 참여 인원이 많기 때문에 정규 시간에 파업을 했고, 회사의 생산 대수 부족분을 채우기 위해 잔업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기아차 노조는 노사가 본교섭을 하는 4, 5일은 파업을 철회하고, 본교섭 협상 결과에 따라 6일 예정된 파업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앞서 기아차 노조는 지난달 27일 쟁의행위 찬반 투표에서 94.1%가 투표에 참여해 57.5%가 파업에 찬성했다.

기아차는 올 1분기 매출액 3조8506억원, 영업손실 737억원(영업이익률 -1.9%), 당기순손실 306억원으로 지난해 2분기 이후 4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냈다. 이날 파업으로 기아차는 1900여 대(280여억원)의 생산 차질이 생겼다고 추산했다.

김태진.문병주 기자<tjkim@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s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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