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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요즘 여가수들은 섹시 코드에만 집착할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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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게 말하면 ‘섹시 코드’다. 그러나 솔직해지자. 그냥 여가수들의 벗기 경쟁일 뿐이다. 요즘 경쟁의 수위가 도를 넘어섰기에 하는 얘기다. 이제는 단순히 어느 정도 벗느냐가 관건이 아니다. 얼마나 야하게 벗느냐가 관심사다. 얼마 전 서인영은 젖은 몸을 노출했다. 이 장면은 방송 전파를 타지 못했지만,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다. 치골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그녀의 옷차림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이효리·아이비의 배꼽티와 핫팬츠, 채연·현영의 짧은 치마와 쫄바지 차림을 의식한 차림새다.

'비키니진'의 주니아

이제 가요계 데뷔를 앞두고 있는 한 신인 가수가 벗기 경쟁의 끝을 보여줄 참이다. 주니아(22)라는 여가수는 이 모든 옷차림이 가소롭다는 듯 엉덩이를 다 드러낸다. 이름하여 비키니진. 얼핏 보면 비키니 차림새에 허벅지에만 청바지를 걸친 모양새다. 그러나 실은 그 전체가 한 벌로, 보통 사람이라면 감추고 싶은 부위만 뜯어낸 청바지라고 보면 된다.

3일 공개된 이 여가수의 사진과 뮤직비디오 ‘시간없어’의 동영상은 ‘플레이보이’지나 포르노 영화를 방불케 한다. 함께 공개된 그의 홈페이지는 ‘청순한 그녀의 야릇한 유혹’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 19세 이상 관람가 사이트라는 설명은 있었지만, 사이트 공개 직후 떴던 성인 인증 표시는 어느새 사라지고 없다. 논란이 일자 주니아는 자신의 노출에 대해 “수영장이나 해변에 가면 얼마든지 볼 수 있는 장면”이라고 반박했다. 이 날 주니아와 비키니진은 하루 종일 포털 사이트 검색어 순위 상위권을 차지했다.

▶[동영상] 아슬아슬 '비키니진' 주니아

왜 요즘 가요 무대가 수영장이나 해변처럼 바뀐 것일까. 여가수들이 하나 같이 섹시 코드나 노출 경쟁에만 집착하는 이유는 뭘까. 대중음악의 주소비층이 10대 여학생들인 것을 감안하면 이는 더욱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이다. 여학생 팬들이 여가수의 벗은 모습에 열광한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음반산업의 이해 당사자인 연예 기획자나 음반 제작자, 그리고 방송사 PD 할 것 없이 누구 하나 딱 부러지는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어차피 누군가가 시작을 했으니 이유 없이 따라야만 한다는 식이다.

아직 답은 분명치 않지만 몇가지 심증이 가는 이유는 있다. 여가수들의 노출 경쟁이, 음원 산업이 막 성장하기 시작한 2005년 전후로 본격화됐다는 점이다. 인터넷이 부추겼다는 얘기다. 지금 음반산업은 CD 판매로 연명하지 않는다. 인터넷에서 음악 파일을 다운로드 받는 음원 비즈니스로 변한 지 오래다. 인터넷에서 무조건 화제가 돼야 음악 파일에도 관심을 갖는다. 그런데 네티즌의 관심을 끄는 데는 섹시 코드나 노출경쟁만한 것이 없다. 실제로 주니아는 신인 여가수로는 드물게 음반이 발매되기도 전에 엄청난 인지도를 얻었다. 그는 “신인은 죽기 살기로 존재를 알릴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요즘 여가수로 생존하기 위해서는 화제의 주인공이 되어야 하다보니 정작 음악은 뒷전이다. 이 대목에선 가수 본인이나 연예 기획사 모두 부인하지 않는다.

노출 경쟁이 본격화하기 전 섹시 여가수의 대명사로 통했던 이효리의 영향도 크다. 그가 핑클에서 독립해 솔로로 성공할 것이라고 본 가요 관계자들은 거의 없었다. 빼어난 가창력과 전달력의 소유자라고 보기는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의외의 선택을 한 그에게는 관심이 쏠렸다. 그는 섹시 스타일로 자신에게 쏠린 관심을 더욱 증폭시켰다. 홀로 서기의 성공 비결은 여기에 있었다. 이효리 이후 여가수는 모두 그의 성공 모델을 따르고 있다.

최악의 경우 섹시한 여가수로 정평이 나면 음반이나 음원 판매가 실패해도 무방하다. 연예 기획사 입장에서는 그에 대한 관심을 곧 돈으로 거둬들일 수 있다. 모바일 화보나 방송 출연료 등으로 벌충할 수 있다. 이도저도 안 되더라도 밤무대에서는 인기다. 청순가련형보다는 섹시 여가수가 훨씬 오래 가고 남는 장사다. 이런 상황에서 강수지와 이지연·장나라의 계보를 잇는 여가수의 맥이 끊긴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너나 할 것 없이 벗어 제치고 그것도 야하게 벗는 데 혈안이 된 가요계에서 제2,제3의 주니아가 등장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이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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