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수학여행(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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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국민학교시절 학교에서 소풍간다고 하면 며칠전부터 가슴이 설레고 특히 소풍 전날은 밤잠마저 설치기 일쑤였다. 중·고등학교시절에는 경주나 공주로 멀리 수학여행을 떠날 때 그와 비슷한 느낌을 가진 적이 있었다. 교통과 숙박시설이 불편해 여행이 어려웠던 시절의 이야기다. 그러나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웬만한 학교의 수학여행에는 십여대의 전세관광버스가 동원되기도 한다. 대량 숙박시설을 갖춘 수학여행지도 많이 개발돼 전국 어느 곳이나 관광지가 없는 곳이 없다. 한때는 고교생의 해외수학여행이 허용된 적도 있었다.
그런 교통편의와 시설을 갖추고도 근년들어 중·고생들의 수학여행을 「수악」여행이라고 혹평하는 사람들이 많다. 빡빡한 일정에다가 가는 곳마다 초만원을 이뤄 대부분의 학생들이 날림음식에 새우잠을 자기 일쑤다. 그래서 즐거워야할 수학여행이 「고생길」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환경처는 올해부터 이같은 비생산적이고 비교육적인 수학여행제도를 개선,수려한 자연환경이나 문화유적을 돌아보는 기존의 수학여행 코스 이외에 소각장이나 매립장·하수처리장,그리고 오염지역을 집어넣어 학생들에게 환경의 중요성을 실제 보고 느끼게 하는 「환경수학여행」제도를 도입키로 했다. 그뿐 아니라 폐기물을 양산하는 공장과 재생하는 공장들을 견학시킴으로써 생산과 환경오염,그리고 재생산에 이르는 과정을 체험하는 산교육장으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재미있는 발상이다.
하지만 이같은 환경교육은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독일은 이미 50년대에 환경교육개념을 도입,지난 80년부터 「환경」을 교육과정의 필수과목으로 채택해 중·고생의 경우 1년에 20∼24시간이 배정됐다. 프랑스는 지난 77년 학교 환경 교육을 의무화하고 국민학교부터 「해양학급」「삼림학급」 등을 운영,이론보다 현장학습에 중점을 두고 환경오염의 개념을 익히도록 했다. 미국은 이보다 빠른 지난 70년대 환경교육법이 제정되었는데,이 법에 따라 연방교육국안에 환경교육과가 설치돼 환경교육의 프로그램 개발 및 보급을 전담하고 있다.
우리도 형식적인 환경교육은 물론 「환경수학여행」이나 「환경소풍」에 그치지 말고 환경교육을 의무화하는 것이 시급하다.<손기상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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