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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중앙경제 새해특집] 세계 경제 7대 키워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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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2004년 세계경제는 지난해의 불황을 딛고 일어서는 한 해가 될 전망이다. 미국과 일본.유럽 국가들이 모두 본격적으로 경제가 회복될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파업과 전쟁 등으로 급등했던 국제유가도 이전 수준으로 안정될 전망이다. 하지만 미국이 대선을 앞두고 있어 환율전쟁과 통상마찰은 어느 해보다 거셀 것으로 보인다. 2004년의 세계경제를 가늠할 수 있는 7가지 키워드를 짚어본다.

*** 미국 - 물가 안정 속 금리 오를 듯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언제쯤 금리 인상에 나설지가 관심이다. 환율을 비롯한 세계의 돈 흐름에 큰 변화를 불러올 요소이기 때문이다. FRB는 경기부진이 심각하다고 판단해 2001년 벽두부터 금리를 떨어뜨리기 시작했다. 당시 연 6.5%이던 연방기금 금리는 지금 40여년 만에 가장 낮은 1%에 머물고 있다.

미국 경제가 지난해 3분기 20년 만에 가장 높은 8.2%의 성장률을 기록한 이후 시장은 FRB의 금리인상 시기에 온 신경을 쏟고 있다. 월가에서는 이르면 봄이라는 관측도 있으나 가을이라는 전망이 더 많다. 인상의 가장 중요한 잣대가 경기회복세가 아니라 물가상승률이라고 보면 그렇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의 물가는 유례없는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생존 차원에서 기업들이 계속 비용을 절감하고 있는 데다 중국 등지에서 값싼 공산품이 밀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핵심 소비자물가는 전달보다 0.1% 떨어져 21년 만에 첫 하락을 기록했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simsb@joongang.co.kr>

*** EU - EU 4억5천만 시장으로 재탄생

유럽연합(EU)이 오는 5월 1일부터 총인구 4억5천만명, 역내총생산(GDP) 9조달러에 달하는 거대한 단일시장으로 다시 태어난다.

지중해 및 중.동부유럽 10개국을 새 회원으로 받아들이면서 회원국수가 25국으로 확대된 데 따른 것이다. 대부분의 조사기관들은 이미 EU 확대를 대비해 교역과 투자 측면에서 많은 준비가 이뤄진 상태라 정작 유럽 경제에 미칠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EU 확대는 가입 후보국의 GDP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반면 기존 회원국의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후보국들의 GDP를 모두 합쳐도 현 회원국의 총 GDP의 5%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다만 인구 측면에서 볼 때 가입 후보국들의 총 인구가 기존 15개 회원국 인구의 20%를 차지하게 돼 앞으로 EU 확대가 서유럽 상품시장과 노동시장의 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 결과 유로화 지역의 인플레가 낮아질 것이며 유럽중앙은행(ECB)은 저금리 정책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베를린=유권하 특파원 <khyou@joongang.co.kr>

*** 환율 - '弱달러' 지구촌 환율싸움은 계속

지난해 하반기 위안화 평가절상에 대한 압력으로부터 시작됐던 지구촌 환율전쟁은 올해도 계속될 전망이다. '쌍둥이 적자'에 시달리는 미국이 올해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중국과 일본 등 주요 교역상대국 통화에 대한 절상압력을 당분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특히 공식.비공식 채널을 통해 사실상 고정환율제를 시행하고 있는 중국 위안화의 절상을 줄기차게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환율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지만 최근 10대 무역국 통화로 구성된 통화바스켓에 위안화를 연동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재무성은 엔화가치 절상을 저지하기 위해 4월부터 시작하는 올 회계연도에 지난해보다 61조엔이 많은 1백40조엔의 외환시장 개입 준비자금을 마련할 계획이다. 지난해 말 유로당 1.25달러까지 오른 유로화 가치는 유럽경제 최대의 고민거리다. 전문가들은 올해도 유로화 강세가 계속돼 한계선인 유로 당 1.3달러까지 상승한다면 유럽중앙은행(ECB)이 어떤 형태로든 환율방어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최준호 기자

*** 유가 - 공급 늘며 유가 떨어질 듯

올해 유가는 지난해 대비 10% 가량 떨어지면서 2002년 수준으로 안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에너지부 산하 에너지정보청(EIA)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서부텍사스 중질유(WTI)의 평균가격은 배럴당 29.1달러로 지난해보다 1.5달러 가량 내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평균 26.78달러였던 두바이산 원유는 이 같은 추세에 비춰 24~25달러로 예상된다.

지난해에는 세계 5위의 석유수출국 베네수엘라의 총파업에다 3월부터 이라크전이 발발하면서 유가가 배럴당 30달러를 넘어섰다. 올해는 이라크가 오는 4월까지 하루 생산량을 2백70만배럴로 70만배럴 늘릴 예정인 데다 지난해 세계 최대 산유국으로 등장한 러시아를 포함한 옛소련권 등 비(非)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생산이 하루 1백만배럴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석유공사는 최근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석유 수요가 크게 늘고 있는 중국.인도를 감안하더라도 올해 석유 수급은 여유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최준호 기자joonho@joongang.co.kr>

*** 중국 - 中경제 질주는 멈추지 않는다

중국 경제는 올해에도 고(高)성장의 기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는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올해도 8% 이상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성장률은 8.6%로 추정된다. 중국은 1997년 이후 7년간 아시아 금융위기, 미국의 경기침체, 이라크 전쟁,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등 잇따른 악재에도 불구하고 연 평균 7.9%의 성장을 이룩한 것이다.

성장의 축도 저임금에 기반한 단순 제조업에서 자동차.철강.조선.휴대전화 단말기 등 기술집약산업으로 옮겨가고 있다. 철강 생산량은 2003년 2억3천만t으로 전년보다 두배나 증가했고, 자동차 생산은 4백만대를 넘어섰다. 특히 공장.주택과 사회간접자본 시설(SOC) 확대로 건설 분야의 GDP 비중(9%)이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 경제가 제2의 도약기에 들어섰다"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는다. 반면 각 분야의 중복.과잉투자와 물가 오름세 때문에 경기가 과열 양상을 보일 것이란 지적도 만만치 않다.중국 정부는 새해 들어 경기 조절의 브레이크를 잡을 전망이다.

홍콩=이양수 특파원 <yaslee@joongang.co.kr>

*** 일본 - 日 경제 확실한 회복 판가름

올해 일본 경제는 2003년의 경기회복이 '진짜 경제회생'으로 이어지는가 판가름나는 한 해가 될 전망이다.

올해 일본의 실질 경제성장률은 1.8%(일 내각부 추산)에서 2%(14개 민간연구소 평균) 사이로 전망된다. 버블 붕괴 이후 눈에 띄는 고성장이다.

일본 경제의 짐이 돼 왔던 금융부문이 살아나느냐도 관심사다. 도쿄미쓰비시(東京三菱)은행이 2003년 9월 7년 만에 국내에 신규 지점을 개설하고, 미국의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가 지난 12월 스미토모(住友)신탁은행 등 4대 은행의 신용등급을 91년 버블 붕괴 이후 최초로 격상하는 등 분위기는 호전되고 있다. 그러나 올해 일본 경제의 최대 변수는 지금까지의 감세(減稅)에서 증세(增稅)로 정책이 전환된 데 따른 파장이다. 일각에서는 7년 전 하시모토(橋本) 내각 당시 소비세 인상으로 경기가 고꾸라졌던 현상이 재연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결국 일본 경제의 회복 여부는 기업 등 민간부문의 눈부신 회복과 정부부문의 세금인상 가운데 어느 쪽이 우세한가에 달려 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 통상 - 국제무역 협상 갈등 불씨 여전

새로운 다자간 무역협상 체제인 도하개발어젠다(DDA)가 올해 말로 예정된 협상 시한을 맞추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제5차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가 공동선언문도 채택하지 못한 채 결렬됐기 때문이다.

당시 중국.인도.브라질.남아공 등 22개 농업 수출 개도국은 G22그룹을 형성하고 이제까지 다자간 협상을 주도하던 미국과 유럽연합(EU)에 강력하게 맞섰다.

이런 분위기는 올해도 계속돼 선진국과 개도국 간의 남북문제가 향후 세계 통상질서를 결정하는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G22의 주장은 선진국이 말하는 세계화가 자기는 먼저 올라가 놓고 뒤에 오는 사람을 못 오게 하는 '사다리 차버리기(Kicking away the ladder)'가 아니냐는 것이다. 19세기 전후 보조금과 보호무역으로 선진국이 된 영국.미국 등이 지금은 후진국들이 '경제발전의 사다리'를 타고 올라올까봐 무차별적인 자유무역을 내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WTO와 같은 다자간 틀이 무력화되면 결국 후진국이 손해라는 '전통적인'주장이 나오는 가운데, G22가 주도하는 세계화의 이단적 흐름들은 올해에도 국제무역 협상을 뜨겁게 달굴 것으로 보인다.

또 DDA협상이 제자리 걸음을 함에 따라 각 국가간 자유무역협정(FTA)과 같은 쌍무협상이 활발해질 전망이다.

서경호 기자<prax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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