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군 정육점들 “고기값 인하”/뛰기만 하는 물가 우리가 잡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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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11∼67%나/처음엔 의심하던 소비자들 “장하다”
『모두 올려도 우리는 내린다.』
한때 「관권선거 양심선언」파동으로 전국민의 눈과 귀를 끌어모았던 충남 연기군의 정육점 업자들이 설날 대목 각종 물가의 흔들림과 달리 「소비자 사은운동」이라는 구호를 내걸고 쇠고기·돼지고기값을 대폭 내려 받아 화제.
『그동안 신세진 고객들에게 자그마한 설날 선물이 될까 해서…. 그래서 신나는 설날이 됐으면 해서 성의를 나타내기로 한 것뿐입니다.』
67개 정육점 업자들이 모여 만든 연기축산기업조합(조합장 이덕배·52)이 벌이고 있는 이 「가격반란」은 12일부터 쇠고기는 6백g 한근에 종전 1만원에서 9천원으로 11%,돼지고기는 근당 2천5백원에서 1천5백원으로 무려 66.7%나 내려 받는 집단행동으로 시작됐다.
이 운동과는 별도로 소비자들이 자칫 속기쉬운 부위별·등급별 판매도 「양심을 걸고」함께 실시하면서 자체 검거활동까지 벌이고 있다.
「파격」의 시작은 지난해말 거래 관계·조합일 등으로 만난 자리에서 누군가가 제안하면서부터였다.
이 얘기는 그후 전조합원들에게 전해지게 됐고 드디어 12일 조치원읍 남리 조합사무실에 전조합이 모인 가운데 임시총회를 열고 이날부터 실천에 들어가기로 결의함으로써 결실을 보게 된 것이다.
『고기값을 내려 받자 처음에는 소비자들이 부정육 판매 등 무슨 꿍꿍이 속이 있는 것으로 알고 의심하거나 수군거리는 일까지 있었습니다.』
이 조합장은 『그러나 하루 이틀 지나면서 우리들의 참뜻을 이해하곤 「이렇게 싸게 팔아 타산이 맞겠느냐」며 한근사갈 것을 두근,세근 사가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며 뿌듯해 했다.
이같은 「작은 반란」에 소비자 말고도 덩달아 덕을 보게 된 것은 군청 공무원들.
식육업소의 물가지도·감독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군청직원 김연호씨(31)는 『수입 쇠고기를 한우로 속여 파는 것이 정육업자들의 속성인 것처러 알고 있는 일반인들의 인식이 적어도 이곳에선 완전히 사라지고 업자·소비자간에 굳건한 믿음까지 형성돼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게 됐다』며 『우리도 업무상 골치아픈 짐을 덜 수 있게 됐다』고 흐뭇해했다.
조합측은 자신들의 행동에 곳곳에서 의외의 환영과 격려가 잇따르자 이같은 운동을 설날 후에도 계속키로 하는 한편 군의 협조를 받아 군민들에게 더 좋은 질의 고기를 공급할 수 있는 고급육 자체생산을 위해 전의·금남면에 한우시범개량단지조성 계획도 세우기로 했다.
주부 홍옥자씨(48·조치원읍 봉산리)는 『장사하는 분들에게는 조그마한 일 같지만 소비자들에겐 신뢰와 큰 기쁨을 주는 일』이라며 『이같은 노력이 사회 모든 곳에서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연기=김현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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