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딛고 해냈어요”/불우청소년 78명 전기대 합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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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시설보호·소년소녀 가장이 대부분/서울대 등 명문합격 불구 학비걱정
시설보호아동·소년소녀가장 등 불우청소년 78명이 올해 전기대에 합격했다.
웬만한 중산층 자녀라면 특수과외나 학원수강으로 학업에 도움을 받지만 이들 불우청소년들은 꿋꿋한 의지 하나로 버텨온 인간승리의 주인공들.
올해 불우청소년들의 전기대 합격률은 55%. 모두 1백43명이 응시해 78명이 서울대·고려대·성균관대·경희대 등 전국 전기대에 합격한 것이다.
상위권에 속하는 포항공대 재료금속공학과에 합격한 김민형군(19·광주 서강고졸)은 15세때 아버지를 당뇨병으로,17세때 어머니를 심장병으로 여의었다.
김군은 사글세방에서 살며 시장에서 장사하는 외할머니의 도움과 소년소녀가장에 대한 정부보조금을 받아 어렵게 생활하면서도 기술공학도가 되겠다는 어렸을적 꿈을 잃지않고 뜻을 이뤘다.
또 서울대 농대 산림지원과에 합격한 허지훈군(18)은 서울 신월동의 「SOS 어린이마을」에서 살면서도 한눈 팔지 않고 학업에 정진,뜻을 이룬 케이스.
우리 사회의 그늘에서 정부와 이웃들의 도움으로 가시덤불을 헤쳐온 이들 불우청소년들에게는 그러나 더욱 험한 앞날이 기다리고 있다.
시설아동은 만 19세가 되면 시설에서 나와야 하고,소년소녀가장도 만 20세가 되면 정부보조가 끊기기 때문이다.
불우청소년 합격자 분포는 광주·전남지역 13명,경남 12명,전북 10명,서울·부산 각 7명,경기 7명,대전·충남 6명 등.
광주시는 이들에게 1인당 74만4천원,전남도는 1인당 1백만원을 사회복지성금으로 지원해주었으나 나머지 지역은 이렇다할 지원이 없는 상태다.
청소년관계자들은 『기업체들이 「고용위탁제도」를 활용해 이들 청소년들의 졸업후 취업을 전제로 학비를 대주는 등 사회각계의 지원과 격려가 아쉬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전국의 소년소녀가장 1만4천1백13명 가운데 고교생은 3천4백30명.
이들이 비뚤어지지 않고 올바른 길을 걷도록 사회의 따뜻한 격려와 도움이 절실하다.<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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