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철 장사" 바가지 상혼 판쳐|스키장 운영 이대론 안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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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대전엑스포와 한국 방문의 해동 대형관광행사를 앞두고 겨울철 최고의 관광상품으로 부상하고 있는 스키장들이 시설사용료를 기습 인상하는 등 각종 바가지 요금을 받고 있는데 다 이상 기온·교통난까지 겹쳐 이용객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올해 들어 신정 및 설날 등 계속되는 겨울 연휴 중 행락 인파로 크게 붐비고 있는 경기·강원지역 대부분 스키장들은 부대시설이 형편없이 모자라고 날씨를 핑계로 리프트마저 가동치 않아 보통 1시간씩 줄을 서야 하며 보호시설미비로 안전사고까지 줄을 잇고 있다.
특히 스키와 썰매의 대중화로 이용자들이 급격히 늘고 외래관광객들도 부쩍 관심을 보이고 있으나 정부와 행정당국이 감독을 게을리 하고 스키장들은 정권말기의 행정누수현상을 틈타 얄팍한 회원권장사와 실속 챙기기에만 급급한 실정. 스키장들은 또 겨울 한철 장사라는 것을 빌미로 시설투자는 뒷전에 두고 콘도나 가족호텔 등 숙박시설만 증축해 투기 붐을 부추기거나 동계 올림픽 유치를 내세워 국유림을 훼손하는 사례도 있다는 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바가지요금=전국의 대부분 스키장들이 리프트 사용료와 장비 대여요금을 당일 권과 오후 권·야간 권으로만 구분해 팔고 있다. 따라서 스키어들이 교통 난 등을 고려, 오전만 스키를 즐기는 경우에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하루치를 구입해야 하는데 행정 당국은 제재조치를 게을리 하고 있다. 또 신정연휴 기간 중 경기도 포천군 내촌면 베어스타운스키장((0357(32)2534)내 음식점과 매점 등에서는 도토리묵과 빈대떡 한 접시에 7천 원씩, 꼼 장어 구이 한 접시에 1만5천 원씩을 받는 등 시중보다 가격을 2∼3배 비싸게 받았다. 경기도 남양주군 화도읍 천 마산 스키장(02)233-5311)도 음식 가격이 비싸고 찌꺼기들이 식당이나 화장실바닥에 널려 있는 등 청소상태가 극히 불량해 이용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천 마산 입구의 장급 호텔들은 2인용객실 요금을 규정요금의 4배가 넘는 7만5천 원까지 받고 있으며 경기도 용인군 내사면 양지스키장((0335)33-2001)내 산장호텔도 6만∼10만원을 받고 있다. 강원도 용평 스키장((0374)32-5757)인근 여관과 민박업소도 평소보다 10배나 비싼 20만원씩을 받아 이용객들과 요금시비를 벌이기 일쑤다.
◇사용요금인상=스키 시즌을 맞아 전국의 스키장들은 리프트 등 각종시설은 전년에 비해 개선하지 않은 채 사용요금만 기습 인상, 빈축을 사고 있다.
연말 대선 정국이후 행정력이 느슨해진 틈을 타 각종 물가가 슬금슬금 올랐고 스키장요금도 지난해에 비해 최고50%까지 인상돼 스키어들에게 큰 부담을 주고 있다. 올 시즌 인상조치는 특히 경쟁력이 약한 렌탈 요금이 소폭인데 비해 선택의 여지가 없는 리프트와 강습료는 크게 인상됐다. 스키장비를 포함하면 겨울 한철 대중스포츠로는 지나치게 비싸진 셈이다.
인상 액은 스키장마다 각각 다른데 무주리조트(02(516)9562)는 어른 한사람이 사용하는 당일 리프트요금과 렌탈 요금이 작년에 비해 1천4백원씩 올라 2만3천6백원, 2만2천3백원으로 8개 스키장 중 가장 비싸다. 다음으로는 올해 개장된 서울리조트(0346(591)1230)가 각각 2만1천1백원과 2만3천1백원. 용평은 리프트요금이 15.5%나 올라 2만9백원이고, 베어스타운과 양지리조트는 렌탈 요금을 10%씩 올려2만2천 원씩 받고 있다.
강습 료는 무주리조트가 17.3% 올린 2만3천 원, 서울 리조트가 2만1천 원을 받고 있으며 올해 33.3% 인상한 용평을 비롯해 알프스리조트((0392)681-3121)·베어스타운·양지리조트등 대부분 스키장들이 10%이상씩 기습 인상했다.
◇주차·교통난=지난 연초연휴를 맞아 천 마산 스키장 입구에는 스키장을 찾는 승용차 3천여 대가 몰려들어 극심한 혼잡을 빚었다. 1천2백대의 주차시설을 갖춘 이곳의 시설용량을 훨씬 초과했고 비좁은 진입로에 빼곡이 차량이 몰렸으나 경찰당국과 스키장 측은 체인으로 출입을 통제할 뿐 차량안내요원을 한 명도 배치하지 않아 경춘가도에서 스키장입구까지 1km의 진입로를 가는데 만도 2시간이상이 소요됐다. 또 베어스타운스키장도 연휴동안 서울과 경기도 경계지점인 서울태릉에서 스키장입구까지 5시간 이상 걸렸고 양지리조트와 수안보·알프스 등도 대부분 진입로가 심한 체증을 빚거나 주차하는데 상당한 시간을 허비해야 했다.
연휴기간 중 10만 스키인파가 몰린 용평·알프스스키장((0392)681-5030)등 강원도내 유명스키장에는 하루1만여 대의 차량이 몰려 스키장입구 3∼4km가 거대한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그러나 행정당국은 야간스키 금지조치가 해제된 지금에도 국민종합레저 시설임을 간과한 채 변변한 야간안내표지 하나 설치하지 않고 있다.
◇숙박·회원권분양=회원모집을 할 수 없는 가족호텔을 콘도 형태로 불법 운영하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가족단위여행객들을 위해 객실과 취사시설을 갖춘 무주리조트는 관광진흥법 상 가족호텔들이 회원모집을 할 수 없는데도 수천만 원씩의 가입비를 받고 회원을 모집, 변칙 운영하고 있다. 또 경기도 미금시 백봉산에 신설된 서울리조트((0346)591-1230)의 경우 4백64실로 예정된 가족호텔에 대해 한 명이 겨우 연간 6일밖에 사용할 수 없는 골드회원 권을 8백 만원에, 5명이 30일 이내로 사용할 수 있는VIP회원권은 무려 4천만 원씩에 발매하고 있다. 5개 슬로프의 규모를 훨씬 넘는 5천명 수용을 공언하고 있는 베어스타운은 지난해에 이어 타워콘도 1백97실을 증설해 스키장보다는 콘도분양에만 열을 올린다는 인상을 짙게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연말연시를 비롯, 설날연휴 등 올해 들어 가족과 함께 주말을 즐기려는 일반인들이 방을 구하지 못한 채 발을 구르고 있다. 더욱이 이 스키장들은 엄격한 회원모집 방법과 인원 제한을 받는 일반 콘도와는 달리 회원을 무제한적으로 받는 바람에 예약을 하고도 제때 방을 쓰지 못하는 회원들이 많아 시비가 줄을 잇고 있다. 쌍방울 개발이 운영하는 무주리조트는 지난90년 12월 개관당시부터 회원권가격만 1천9백70만원(실버), 2천8백20만원(골드), 3천9백50만원(로열)씩인 고정회원을 4백22개 객실의 10배가 넘는 4천5백 명이나 확보하고 있다. 무주리조트 가족호텔은 회원 객실 료로 2만3천∼3만원씩 받고 있으며 스키장 골프장 등 부대시설이용료를 무료 또는 30∼40%할인해 주고 있으나 차별을 둬서는 안될 일반여행객들의 방 값은 4인 실이 14만5천 원이고 그나마 연휴나 주말에는 빈방을 찾아볼 수 없는 실정이다. <배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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