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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런던 테러' 영국 경보 발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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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52명의 사망자와 700여 명의 부상자를 낸 7.7 런던 테러 2주년을 며칠 앞두고 영국에 테러 재발 위험이 고조되고 있다.

런던 시내 중심가에서 잇따라 차량 폭발물이 발견되고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공항에서 차량 돌진 사고가 일어나는 등 대형 테러 징후가 포착되고 있다.

취임한 지 이틀 만에 이번 사건을 맞게 된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이를 '명백한 테러'로 규정하고 국가 보안 경보 등급을 '긴급 상황'으로 올렸다. 긴급 상황은 테러가 임박했음을 경고하는 최고 단계다.

이에 따라 경찰은 테러의 목표가 될 가능성이 있는 주요 시설에 병력을 집중 배치하며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오후 3시15분쯤(현지시간) 글래스고 공항에서 화염에 싸인 체로키 지프 차량이 공항 청사로 전속력으로 질주, 터미널 정면 유리창을 부수고 청사 내로 들어갔다. 차량에 타고 있던 남자 두 명이 현장에서 체포됐다. 경찰은 이 가운데 한 사람이 몸에 의심스러운 장치를 지니고 있는 것을 발견했으며, 이 장치가 폭발물인지를 확인 중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29일 오전 1시30분쯤에는 런던 시내 극장가인 웨스트엔드의 헤이마켓 거리에 있는 '타이거 타이거' 나이트클럽 밖에 세워둔 녹색 벤츠 승용차에서 폭발물이 발견됐다.

현장을 지나가던 구급차 직원이 승용차에서 연기가 나는 것을 보고 경찰에 신고했으며 폭발물 처리반이 출동했다. 경찰은 60L의 휘발유와 가스 실린더, 수백 개의 못으로 만들어진 사제 폭탄이 차량에서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나이트클럽에는 당시 1700여 명의 손님이 있어 폭발물이 터졌더라면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다고 BBC방송은 전했다.

불과 몇 시간 뒤엔 나이트클럽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파크레인 주차장에 있던 파란색 벤츠 자동차에서도 폭발물이 발견됐다. 주차장 직원이 강한 휘발유 냄새가 나는 것을 확인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이 차량은 헤이마켓 거리와 트래팔가 광장 사이의 콕스퍼 거리에 불법 주차해 있다 파크레인 주차장으로 견인됐다.

영국 경찰은 런던에서 일어난 두 사건과 글래스고 공항의 차량 돌진 테러 사건이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실제로 폭발물 발견 몇 시간 전 이슬람 단체가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에는 자신을 오사마 알하진으로 소개한 한 네티즌이 "기뻐하라. 런던이 곧 폭발할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 타임스가 전했다.

영국 정부는 7.7 테러 2주년과 글래스고 출신인 고든 브라운 총리의 취임 등에 맞춰 이슬람 과격단체가 계획한 테러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브라운 총리의 전임자인 토니 블레어가 유엔과 미국 등으로부터 중동 평화특사로 임명되고, 아랍으로부터 이슬람을 모욕했다고 비난받고 있는 작가 살만 루슈디가 최근 기사 작위를 받은 데 자극 받아 극단 세력이 테러를 기도했을 수도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파리=전진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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