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건강] 목소리도 성형할 수 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3면

트랜스젠더(성전환자)의 가장 큰 고민은 목소리. 성형수술과 호르몬 요법을 통해 신체 기관의 모양은 바꿀 수 있지만 유독 목소리만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호르몬 분비의 불균형으로 남성 목소리를 내는 여성도 고민은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젠 목소리 때문에 성의 정체성을 의심받거나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예송이비인후과 김형태 원장은 “저음 여성 33명에게 성대 길이를 줄여주는 목소리 성형수술을 한 결과, 목소리 톤이 평균 74.2㎐ 올라가는 등 여성스럽게 바뀌었다”고 이달 초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미국음성학회에서 발표했다.

 수술대상자 중 20명이 성전환자다. 나머지는 부신에서 남성호르몬이 과다 분비돼 목소리가 남성화한 부신성기증후군, 그리고 난소암 등으로 여성호르몬이 감소해 나타나는 부신발성장애 환자 등이었다.

 남성과 여성 목소리가 다른 것은 발성기관인 성대의 구조적 차이에 기인한다. 남성은 성대 길이가 길고 두텁다. 울림통이 크다 보니 주파수가 100∼150㎐로 낮아 목소리가 굵고 저음이다. 반면 여성은 성대 길이가 짧다. 남성이 2∼2.3㎝인데 여성은 1.5∼2.3㎝에 불과하다. 그러다 보니 여성의 음성 주파수는 200∼250㎐로 높다.

 태어날 때 목소리는 중성이다. 남녀의 목소리 차이는 10∼15세 변성기 때 나타난다. 남자의 경우 남성호르몬이 분비되면서 성대와 후두가 두텁게 커지고 길어진다. 하지만 여성은 호르몬의 영향을 받지 않아 사춘기를 거쳐도 변화의 폭이 적다.

 수술의 원리는 간단하다. 성대 길이를 줄여주는 것이다. 양측 성대 윗부분의 점막을 벗겨낸 뒤 서로 밀착시켜 묶어 준다. 벗겨낸 점막이 붙은 상태에서 아물면 여성의 목소리를 낸다. 환자들의 목소리는 수술 전 평균 137㎐의 주파수에서 수술 후 211.5㎐로 높아졌다.

고종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