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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와는 다른 색깔 "세련미는 부족"|이강숙<음악평론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지난 1월9일 밤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북경중앙교향악단 내한공연이 있었다. 미국과 유럽의 악단과는 판이하게 다른 연주를 선보였다.
중국과 일본의 중간에 끼어 있는 한국, 북경과 도쿄사이에 서 있는 서울, 이것들을 음악적으로 비교해 볼 수 있었다.
잘라 말하면 중국 교향악단은 일본의 NHK 교향악단보다도 못했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의 KBS 교향악단보다 낫다고 말할 수 없었다.
대륙적 기질은 거칠게 군데군데 엿보였으나 세련미로 생각한다면 다듬어야 할 곳이 여러 곳 있었다.
음악 형성 과정의 필수 요인인「중심 축」이 명확하게 설정되지 않고 있었다.
적절한 시작이 있고, 그 시작에 합당한 끝은 보였으나 그러한 시작과 끝 사이에 존재하는, 음악을 이루는 요인들의 상호 작용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산만하다는 느낌이 지배적이었다. 발전이라든가 절정 개념은 작품 형성 과정에서 언제나 필요하다. 안정적 효과와 불안정적효과의 상호작용 개념 역시 필요하다.
그러나 모든 것이 부분적으로 성공하고 있을 뿐 우리의 음악적 마음을 전체적으로 흔들지는 못하고 있었다.
피아노 독주자로 등장한 중국의 피아니스트 공상동의 경우는 달랐다. 대단한 수준이었다.
난곡 중의 난 곡으로 소문이 나 있는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3번』을 아주 성공적으로 연주하고 있었다.
중국 작곡가 이환지의『봄의 제전 서곡』은 작품 속에 중국 냄새를 가미시키려는 노력만 엿보였을 뿐 전체적으로 서양어법에 종속되고 있었다.
중국의 창작계도 서양음악문화권의 지배를 받고 있구나 싶었다.
고유의 전통적 문화를 계승·발전·창조해 나가고 있어야 할 중국 같은 대국의 경우에도 창작음악 분야에서는 서양의 지배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 직면하면서 지구를 지배하고 있는 서양음악의 힘이 새삼 놀랍게 생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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