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PR인지… 어른 흉내인지…/청소년에 명함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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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사진에 집 약도까지 넣어/미팅용 등으로 주문제작
자기 PR시대를 맞아 성인사회의 명함 교환풍속이 학원에까지 번져 일부 고교생을 포함한 청소년들 사이에 명함만들어 돌리기가 새로운 유행이다. 「조숙한 어른 흉내이자 일종의 과소비」라는 비판이 있음에도 청소년들의 명함사용은 개성표현의 한 방편으로 인식돼 「자기를 인상지울 필수사항을 작은 지면에 어떻게 아름답게 정리하느냐」하는 실용적 아이디어 싸움으로 번지며 「작은 혁명」을 불러오고 있다. 새해들어 5만원을 들여 컬러명함 3백장을 만들었다는 김모군(21·Y대 사학2)은 『친구들이 마치 경쟁하듯 다퉈 명함을 뿌리는 것을 보고 구입했다』며 『신입생 환영회에서 만나는 후배들중 20% 정도가 명함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젊은층의 명함제작 경쟁으로 순한글 및 가로쓰기가 급증하는 것도 한 특징. 한글세대가 늘어난 탓도 있지만 내용이 훨씬 많이 들어간다는 이점때문에 가로쓰기는 전체 명함의 60% 가까이 차지한다.
자유분방한 요즘 젊은층의 새 풍속도를 반영하듯 이들의 명함엔 기발한 파격이 많다.
음악하는 사람의 경우 악보의 음표로 자신이 하는 일을 바로 알 수 있게 하기도 하며 미팅용으로 주문하는 대학생들의 명함은 자신의 사진·캐리커처는 물론 삐삐·팩스·무선전화·카폰번호에다 뒷면에 집 약도까지 상세히 그려넣어 「저의」를 드러내면서 파트너가 언제라도 아프터를 신청할 수 있게 하는 「친절」을 보이기도 한다. 큰 명함에 자신의 학력·경력 등을 10가지 이상 집어넣어 과시욕이 지나치고 천박하다는 인상을 주는 경우도 꽤 눈에 띈다.
『명함 디자인이야말로 좁은 공간에 독특한 창의력과 아이디어가 번뜩이는 예술품으로 디자인에만 3∼5시간이 걸린다』는 전문제작인 신승안씨(37·대하명함사 대표)는 『주문품의 경우 일반명함보다 값도 3배이상 비싸고 제작기간도 훨씬 오래 걸리지만 지난달에만 50갑 5천장을 판매했으며 올해엔 30%가량 주문이 늘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봉화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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