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人 정치IN] 홍사덕과 신문광고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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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호 09면

김영삼(YS) 정부 끝무렵이던 1997년 10월. 조간신문에 실린 광고 하나가 청와대를 발칵 뒤집어놨다. ‘박정희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단체가 발족했다는 광고다. 운영위원 명단에 현직 정무1장관인 홍사덕의 이름이 들어있었던 게 문제였다. 출범 때부터 ‘문민’을 그렇게 강조했던 YS 정부다.

홍 장관과 가까웠던 청와대 핵심 인사가 바로 전화를 걸어왔다. “형님, (장관이) 이러시면 어떡합니까”라며 불편해 했다. 그러나 그의 대답은 단호했다. “이거 갖고 시비 걸면 안주머니에 넣어둔 것(사표) 꺼낸다”며 거꾸로 협박을 했다. 어차피 몇 달 뒤 정권 끝나면 그만둬야 할 장관이었다. 한나라당 박근혜 경선 후보가 정계에 입문하기 전의 일이다.

그가 박 전 대통령을 좋아하게 된 것은 43년 전부터다. 64년 말 대학생이던 그는 신문에서 박 대통령이 서독에 차관을 얻으러 갔다는 기사를 읽었다. 교민 대표로 환영사를 읽던 간호사가 “각하, 우리는 언제나 잘살아봅니까”라는 대목에서 왈칵 눈물을 쏟았다는 내용이었다. 돈 꾸러 외국에 갔던 대통령도 눈에서 손수건을 떼지 못했다. 기사를 읽던 홍사덕은 갑자기 눈물샘이 터졌다. 조밥 한 번 배불리 먹지 못한 식구들이 떠올라서다. 도회지로 식모살이 떠났던 친척 누이들도 생각났다. 그는 이때부터 잘사는 나라 만들겠다는 박 대통령을 좋아하기로 했다. 80년대 야당 국회의원을 하면서도 그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현재 박근혜 캠프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고 있는 그에게 “캠프 참여에는 박 전 대통령의 딸이란 이유도 있느냐”고 물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그분 따님 아니냐”며 “아버지가 가졌던 선진국의 꿈을 딸이 이루겠다는 것은 장한 일”이라고 답했다.
그는 이명박 후보에 대해서도 감정을 드러낸 적이 있다. 2002년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당내 경선 도전을 포기한 직후다. 자신을 좌절시킨 경쟁자였던 이 후보를 겨냥해 “돈으로 안 되는 것이 있다는 걸 보여주겠다”고 날을 세웠다.

홍 위원장은 최근 이 후보를 향해 “부끄러운 줄 모른다”는 등의 격한 말을 하는 일이 잦아졌다. 박 후보를 옹호할 때도 목청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자신의 현재 위치 때문에 사용하는 전략적 표현일 수도 있고, 호불호가 분명한 그의 스타일이 드러난 것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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