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책읽기Review] “사무라이 뿌리는 조선 성리학”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0면

한국으로 귀화한 일본인 호사카 유지(保坂祐二ㆍ51) 세종대 교수가 『조선 선비와 일본 사무라이』(김영사)를 펴냈다. 그동안 『일본 고지도에도 독도는 없다』(자음과 모음), 『일본에 절대 당하지 마라』 (답게) 등의 저서로 강한 ‘친한(親韓)’ 메시지를 전해 화제가 됐던 그다.이번엔 한국과 일본이 예의와 신뢰의 이웃 관계로 지냈던 17세기∼19세기 중반의 역사를 풀어놨다. 그 배경으로 한국의 선비정신과 일본의 사무라이 정신의 뿌리가 같다는 점을 들었다.1988년부터 한국에 살고 있는 그는 한국말이 유창했다.

-선비와 사무라이가 통한다니.
 
“니토베 이나조의 『무사도』 를 보면 사무라이의 도리는 ▶ 주군에 충성을 다해야 한다 ▶ 부모에 효도해야 한다 ^스스로를 엄하게 다스려야 한다 ▶사적 욕심을 버려야 한다 ▶부귀보다 명예를 소중히 여겨야 한다 등이다.
선비의 도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
 
-왜 그런가.
 
“선비와 사무라이의 정신적 뿌리는 모두 성리학이다.임진왜란 후 일본으로 납치돼간 조선 유학자들이 일본에 성리학을 전했다.대표적인 학자가 강항이다. 강항은 후지와라 세이카에게 유교를 가르쳤는데,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세이카에게 유학을 배워 통치에 활용했다. 무인정권인 에도 막부가 270년이나 평화시대를 이룬 바탕에는 조선 성리학의 힘이 깔려있다.”

-그런데 왜 일본은 19세기 중반 이후 침략주의로 돌아섰나.
 
“조선과 일본은 성리학을 각각 다른 방향으로 발전시켰다. 조선의 성리학은 예와 심성을 강조하는 쪽으로 갔지만 일본은 아니다. 일본은 성리학의 ‘명분 쌓기’를 배워 청일전쟁ㆍ러일전쟁ㆍ태평양전쟁 등을 일으키고도 자신들의 군사행동을 정당화할 명분을 내세웠다. 또 성리학의 ‘조상 숭배’에 따라 천황을 절대시하게 됐다. 그래서 천황 중심으로 쓰여진 ‘고사기 ‘일본서기’ 등의 근거 없는 신화를 사실로 믿고 조선 멸시의식을 갖게 된 것이다.”
 
-오늘날 한일 관계에 시사하는 점은.
 
“과거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한국은 일본의 본질을 알아야 한다. 아시아 다른 나라에 대한 우월적 지배의식이 없어진 것이 아니다. 특히 지금 일본은 구한말 시대의 일본과 비슷하다. 보수 우익이 득세했다. 이웃나라로서 위험한 상황이다. ”
 
-개인사가 궁금하다.

“원래 역사에 관심이 많았다. 도쿄대 공학부를 졸업하고 아버지가 운영하시는 렌즈 회사에 10여 년 동안 근무했지만 역사에 대한 열정은 여전했다. 어려서부터 재일교포 친구가 많았다. 대부분이 일본 사람보다 어른스럽고 착했다. 86년 한국인과 결혼했고, 88년 한국에 건너와 고려대 정치외교학과에서 석ㆍ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3년에는 일본 국적을 포기하고 한국인으로 귀화했다. 일본의 우익들에게는 ‘매국노’라는 욕도 먹고, ‘일본 이름을 쓰지 말라’는 협박도 당한다.”

글=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사진=조문규 기자 <chom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