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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야핑-그립 변화무쌍한 "낭랑19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녹색 테이블의 마녀』로 불리는 덩야핑이 세계 탁구 꿈나무들의 경쟁장인 제1회 글로벌청소년(20세 이하) 탁구 선수권대회 (7∼10일·도쿄)에 보란 듯이 중국대표로 출전, 원년우승을 노리는 한국은 물론 외국팀 관계자들을 아연케 하고 있다.
인지바 세계 선수권 단식패권을 차지, 챔피언에 등극한 이래 92 바르셀로나 올림픽 2관왕,
92월드복식컵 제패 등 최근 2년간 무패의 화려한 전적으로 감히 넘볼 수 없는 아성을 구축한 덩야핑이 아직도 청소년의 나이에 불과, 등 이후의 시대를 겨냥하던 여타팀들에게 충격을 안겨주고 있는 것이다.
이제 겨우 만 19세(73년 5월2일생)로 1m49cm의 단신인 등의 세계 제패동력은 과연 무엇일까?
왜소한 체구라는 단순한 신체상의 핸디캡 때문에 지방 대표팀으로도 뽑히지 못하는 설움을 톡톡히 겪었던 등의 성공은 타고난 자질에 덧붙여진 부단한 자기노력, 덩야핑이라는 한 선수만을 위해 라켓과 러버를 새로 개발하는 중국탁구협회의 집념 등이 삼위일체가 되어 일궈낸 개가로 분석되고 있다.
덩야핑이 허난성 정저우시의 대표로 활약했던 아버지 덩따송의 손에 이끌려 처음 라겟을 잡은 것은 5세 때. 하지만 지금이나 그때나 덩야핑을 내내 괴롭힌 것은 작은 키에 대한 열등감이었다.
라켓을 악수하듯이 잡는 세이크 핸드 전형을 선택, 속공수였던 덩따송을 쫓아 2년 동안 백핸드를 한번도 치지 않고 포핸드 스매싱만 하는 기이한 훈련으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스매싱 연타를 터뜨리는 속공수의 틀을 잡았지만 열등한 신체조건상 파워부족에 공수범위가 좁다는 단점을 드러냈다.
이에 덩따송 씨가 고육지책으로 마련한 것이 테니스라켓을 쥐는 듯한 독특한 그립. 이후 고사리 손의 덩야핑은 피나는 적응훈련으로 허난성의 국교대회 챔피언까지 오른다. 그러나 등은 보잘것없는 체격 때문에 불합격 판정을 받고 성대표팀에서 탈락하는 쓰라림을 겪는다.
등은 이때 좌절감에 빠졌으나 『일본의 세계 챔피언 마사코세기도 키가1m50cm를 넘지 않았다』는 덩따송의 격려에 심기일전, 맹훈련으로 10세 때 처음 정저우시의 주니어 대표로 선발되는 기쁨을 맛보게 된다. 모래주머니를 양 발목에 차고 뛰거나 상대를 이길 때까지 연습경기를 벌이는 독기 어린 훈련으로 불리한 체격조건을 극복, 86년엔 전국대회에서 후베이성의 선두주자 챠오훙을 꺾고 중국 최고의 유망주로 부상하는데 성공했다.
중국 탁구협회 또한 덩야핑에게 맞는 백핸드 타법을 위해 텐진 러버 연구위원회에 신러버 개발을 위촉, 2개월 여에 걸친 연구 끝에 현재와 같은 롱핌플 러버를 만들어냈다.
이는 돌출 러버의 돌기가 긴 것으로 긴 만큼 변화가 심해 거의 완벽에 가까운 포핸드 속공에 변화무쌍한 백핸드로 등을 재무장시켜 호랑이에 날개를 달아준 것과 같은 작은 마녀를 탄생시키기에 이른 것이다.
중국 탁구계는 이제까지 중국탁구에서 가장 화려한 성적을 남긴 3명의 스타플레이어로 세계 대회에서 금메달 8개씩을 휩쓴 팡저둥과 궈웨화(이상남자), 6개의 금메달을 따낸 까오얀화(여자)를 꼽는다.
그러나 등은 이미 산세의 나이에 이미 6개의 세계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앞으로 5∼6년 동안 선수생활을 계속하겠다고 밝히는 등은 적어도 6개이상의 세계 타이틀 획득이 무난할 것으로 예상돼 중국 탁구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로 기록될 공산이 크다.【동경=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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