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시급한 입법 처리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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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27일 '민생 개혁 법안의 조속한 처리와 관련한 국회와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노 대통령은 TV로 생중계된 담화에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중요하고도 시급한 입법의 조속한 처리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정쟁을 하더라도 할 일은 하면서 해야 한다"며 "각 당이 당내 경선과 통합 논의로 바쁘겠지만 마음만 먹으면 시급한 법안을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김형오 원내대표는 "적반하장이다. 언제부터 민생을 걱정했는지 되묻고 싶다"고 반박했다.

노 대통령은 이달 7일 국회 연설을 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반대로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그 때문에 국회 본회의 연설 때 하려던 내용들이 이번 대국민 담화에 담겼다. 그 핵심은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해 온 민생 법안들의 처리가 국회에서 지연되고 있는 현실을 국민들에게 고발하는 내용이다.

노 대통령은 4월 11일 6개 정당의 원내대표 합의까지 거론했다. "개헌안 발의 유보를 요청하면서 4월 25일까지 국민연금법.로스쿨법 등이 상임위에서 타결되도록 최대한 노력하기로 국민 앞에 약속했다"며 약속 이행을 요구했다. 공격의 초점은 주로 한나라당에 맞춰졌다. 노 대통령은 "한나라당은 국회 안에서나 밖에서나 매일 민생을 얘기하고, 대통령이 무슨 말만 하면 민생이나 돌보라고 다그쳤다"며 "그래 놓고 중요한 민생 법안 처리를 미루는 건 모순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노 대통령은 "얼마 있지 않으면 국회가 대선에 몰입하게 되고 곧이어 총선(내년 4월)이 있기 때문에 이번에 처리되지 않으면 계류 법안 모두가 폐기되고 말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예로 국민연금법 처리가 지연되면서 잠재 부채는 하루 800억원가량 쌓이고 있다. 자칫 '정부 책임론'이 나올 판이다. 그런 점에서 대통령의 담화에는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 같다.

반면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의 책임이 더 크다고 주장했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6개월 동안 개헌, 기자실 통폐합, 대선 개입 등 문제를 일으키며 정략적으로 행동했고 국회를 싸움판으로 만들어 놓은 장본인이 누구냐"고 비판했다. 이주영 정책위의장은 "(노 대통령이) 계속 뭔가를 제기하면서 국정의 한가운데 자신이 있다는 걸 부각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중심당 정진석 원내대표도 국회 운영위에서 "헌법을 존중하지 않는다며 국회와 야당을 공격했는데 헌법과 관련해 노 대통령은 할 말이 없다"고 지적했다.

박승희.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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