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은 자신과의 싸움이다. 42.195km의 고독한 순간을 견뎌내야만 한다. 신영투신운용의 '신영마라톤주식펀드'도 그렇다. 단기 수익률에서 반짝 남보다 앞서는 게 아니라 장기적으로 안정적 성과를 내는 것이 목표다. 그 결과 3년 수익률이 상위 1%다. 이 운용사 허남권(사진) 주식운용본부장을 만나 펀드 운용 전략을 들어봤다.
-최근 성적이 안 좋다(※2002년 4월 설정 이후 누적수익률이 줄곧 상위 10% 이내, 그러나 최근 1개월 수익률은 상위 30%).
"그래도 평균보다 잘하지 않나. 우리 펀드 목표는 다른 펀드를 이기는 게 아니다. 시황에 관계없이 투자자들에게 금리 이상의 수익을 안정적으로 주는 거다. 지수 예측은 안 하고 중장기적으로 투자가치가 높은 저평가주를 매수해서 보유하는 전략이다. 상승기에는 보통 성적이 상대적으로 안 좋다. 그러나 하락기에는 수익률 방어를 잘한다."
-편입 종목이 좀 많은데(※이달 6일 현재 93개. 보통 주식형 펀드는 40~50개 종목 편입).
"안정성 때문이다. 우리는 회사 가치를 보고 편입 여부를 결정한다. 그러나 가격 판단은 시장이 한다. 어느 주식이 언제 얼마나 갈지는 시장이 아는 거다. 똑같이 1~2%를 편입하면 특정 종목에 휘둘리지 않게 된다. 종목을 분산해 변동성을 낮춰 위험을 줄인다."
-종목은 얼마나 자주 사고 파나.
"다른 펀드의 30% 수준이다. 보유 기간이 길다. 펀드 초기에 편입한 20여 개 종목은 5년이 지난 지금도 안 팔고 있다. 성공한 투자는 안 팔아도 되는 주식을 갖고 있는 거다. 주가가 올라도 그 주가를 기업의 가치가 설명해 줄 수 있으면 팔 필요가 없다. 예를 들어 현대중공업을 3만 원대에 샀는데 12만 원이 됐어도 기업 가치가 좋아진 덕분에 주가가 결코 비싸지 않았다. 그래서 안 팔고 들고 갔다. 팔아서 다른 주식을 사는 것도 리스크다. 이상적으로 말하자면 팔 필요가 없는 주식들로 펀드를 채우는 게 꿈이다."
-주주총회에서 반대 의견 낸 적이 별로 없더라.
"목소리 안 낸다. 경영이 마음에 안 들면 팔면 된다. 투자 기업은 사업의 파트너다. 기업이 잘 되면 그만큼 주가가 올라가 펀드가 잘 되는 거다. 과거 보유한 종목이 바이오 기업과 합병한다고 해서 갑자기 주가가 5배까지 치솟은 적이 있었다. 우리는 두 배 정도 수익냈을 때 미련없이 팔고 나왔다. 바이오 테마 열풍이 불던 때라 3~4배는 갈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건 우리의 투자 원칙에서 벗어나는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투자자에게 당부 한 마디.
"주가는 그림자다. 믿을 수가 없다. 하루 중 언제냐에 따라 짧아질 수도 길어질 수도있다. 그러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우리 펀드는 주식이 아니라 기업을 산다. 따라서 투자자들도 부동산 투자한다는 마음으로 여유를 가지고 투자해라. 단기 등락에 개의치 말고."
고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