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자금부족 규모 줄었다/10년만에 처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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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작년비 5천억… 투자부진 입증/한은 3분기 동향
전반적인 경기부진에 따라 기업이 돈을 덜 빌리고 개인도 돈을 덜 쓰는 경향이 지난 2·4분기 이후 이어지고 있다. 경제성장률이 뚝 떨어진 가운데 개인저축은 늘어나지만 기업들이 투자를 꺼려 애써 돈을 구하려 들지 않고있다. 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3·4분기 자금순환 동향에 따르면 기업들의 투자가 부진해 자금수요가 줄어듦으로써 기업들이 자체자금을 쓰고도 모자라는 부족자금 규모가 7조8천억원으로 지난해 3·4분기보다 5천억원이나 줄어들었다. 경제성장률이 11년만에 가장 낮은 3.1%로 떨어진 이 기간동안 기업들이 은행·단자사 등 금융기관에서 빌리거나 회사채 발행과 기업어음 매출로 조달한 외부자금 규모도 13조2천억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9천3백억원이나 줄었다.
이같이 기업의 부족자금 규모와 외부자금 조달규모가 한꺼번에 지난해 같은기간에 비해 줄어든 것은 82년 상반기 이후 10년만에 처음으로 그만큼 기업의 설비투자가 부진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3·4분기중 설비투자 증가율은 마이너스 3.2%,건설투자증가율도 마이너스 3.6%로 투자가 부진했다. 기업들은 외부조달자금 13조2천억원으로 부족자금 7조8천억원을 메우고 나머지 5조4천억원은 금융기관 예금과 유가증권 매입에 썼다.
한편 개인의 소득에서 소비지출과 부동산 등 실물투자금액을 뺀 여유자금(자금잉여 규모)은 5조8천억원으로 과소비 성향이 뚜렷이 줄어들면서 전년동기보다 1조2천억원이나 늘어났다. 이는 올해 대기업의 임금인상이 총액 기준 5% 정도로 예년에 비해 낮아진 가운데서도 민간소비 증가율이 5.1%로 지난해 3·4분기(9.2%)에 비해 크게 낮아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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