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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중앙일보를읽고…

딴 나라와 FTA협상으로 미국 비준 압박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3면

6월 21일자 8면에 실린 호르헤 도밍게스 하버드대 부총장보의 인터뷰 기사 '지금 한·미 FTA 상정하면 미 의회서 비준 받기 어렵다'를 읽었다. 미국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서명을 눈앞에 두고 추가협상을 요구한 상황에서 세계적인 석학의 시각으로 한·미 FTA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내용이었다.

 그는 미국의 최대 노동단체(AFLCIO)를 지지 기반으로 하고 있는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한 상황에서는 한·미 FTA의 비준이 어렵다면서 미국 행정부와의 추가협상을 하면서 상·하원의 주요 인사 설득에도 나서라고 조언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한·유럽연합(EU) FTA를 조기에 체결하고 비준해 한·미 FTA 비준의 지렛대로 삼으라고 했다는 점이다. 결국 통상을 둘러싼 미국과 EU 간 경쟁 관계를 이용해 실리를 최대한 챙기라는 말로 들린다.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한·EU FTA 1차 협상에서 협상단 간에 큰 대립도 없었고 한·미 FTA 때처럼 반대 단체의 과격한 시위나 소요가 없었던 점을 되돌아볼 때 도밍게스 부총장보의 권고가 실현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미국과 EU는 모두 소비 수준이 높으면서 규모도 큰 시장이다. 또한 선진 경제시스템과 많은 자금, 기술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산업에서 고른 경쟁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에게는 모두 소중한 교역 대상국이다. 이들에게 팔 수 있는 것과 이들로부터 살 수 있는 것이 닮았기 때문에 어느 한쪽과의 FTA는 결국 다른 쪽과의 무역 퇴조를 의미하는 양팔 저울과도 같다고 본다.

올 4월 한·미 FTA가 타결되자 일본이 예민한 반응을 보인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일본과 미국은 공히 기술집약적인 상품을 한국에 수출해 왔기 때문이다. 일본은 현재까지도 한·미 FTA를 예의 주시하고 있을 것이다. 일본과의 FTA를 지렛대 삼아 미국을 압박할 수도 있다. 한시가 급한 한·미 FTA가 빨리 비준될 수 있도록 여타 국가들과의 FTA 협상을 잘 이용할 것을 제안한다.

 김성준 서울시 관악구 봉천2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