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m 퍼트 놓쳐 오초아에 연장 역전패 '울긴 왜 울어' 19세 김인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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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마지막 라운드 16번 홀까지 2위에 3타를 앞섰다. 당연히(?) 우승이라고 생각했지만 연장전을 허용했고, 끝내 역전패당했다. 그러나 기자회견장에서 2등은 1등보다 더 큰 박수를 받았다. 졌지만 꿈이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세계 랭킹 1위 로레나 오초아(멕시코)에게 아쉽게 진 열아홉 살 소녀 김인경의 얘기다.

25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피츠퍼드의 로커스트힐 골프장에서 벌어진 웨그먼스 LPGA 최종 라운드에서 김인경은 이븐파를 쳐 합계 8언더파로 오초아와 연장에 들어갔으나 두 번째 홀에서 졌다.

김인경은 기자회견에서 '매우 실망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아쉽지만 이 경험으로 인해 더 밝은 미래를 봤다"며 "올해가 아닐지도 모르지만 앞으로 나의 많은 우승을 보게 될 것"이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지금 울 수 있지만 나는 울지 않겠다. 나는 랭킹 1위 선수와 잘 싸웠고 경험을 얻었다. 다음 번엔 절대 (우승을) 내주지 않겠다."

기자들은 이 똑 부러지는 소녀에게 큰 박수를 보냈다. 기자들이 기자회견장에서 선수에게 박수를 보내는 일은 거의 없다.

17번 홀(파 5) 티잉그라운드에 올라설 때까지 김인경은 오초아에 3타 차 앞선 선두였다. 새로운 '골프 여제'답게 오초아는 이 홀에서 7m짜리 내리막 이글 퍼트를 성공하면서 1타 차로 좁혔다. 운명의 18번 홀(파 4). 김인경은 안전하게 파만 잡아도 우승할 수 있었지만 공격적으로 그린을 공략했다. 세컨드 샷이 그린을 넘어갔으나 칩샷을 핀 1.2m에 붙여 파 세이브가 가능했다. 그러나 우승 경험이 없는 신인은 이 짧은 퍼트를 놓쳤다. 김인경은 "퍼트를 하려다 갑자기 의심이 생겨 어드레스를 풀었는데 결과적으로 처음 본 브레이크가 맞았다"고 말했다.

신지애(하이마트).최나연(SK텔레콤) 등과 동기인 김인경은 중학교 시절엔 또래에서 최고였으나 2년 전 혼자 미국 유학을 떠났다. 따라온다는 부모님에게 "혼자 가야 미국 문화도 배울 수 있고 대선수가 된다"며 만류할 정도로 씩씩했다. US여자주니어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따냈고, 지난해 말 LPGA투어 Q스쿨에서 수석을 차지하며 LPGA 투어에 입성했다.

LPGA 투어에서 뛰고 있는 국내 선수 중 20대 중반이 돼도 부모와 같이 다니는 선수가 많다. 하지만 김인경은 지금도 혼자 다닌다. 만 20세가 안 돼 자동차 렌트도 할 수 없지만 여행가방 2개에 캐디백까지 메고 투어생활을 한다.

김인경은 "5년 후에는 오초아보다 더 확실한 세계 랭킹 1위가 되겠다"고 말했다. "항상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에 우승했을 때 전혀 놀라지 않았다"는 타이거 우즈의 말을 가장 좋아한다.

김미현(KTF)은 1타 차 3위로 이 대회에서 다섯 번째 '톱10'에 올랐다. 지난해 이 대회 우승자 장정(기업은행)은 5언더파 공동 5위, 이지영(하이마트)은 3언더파 공동 8위였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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