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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음파문/“낯선 8명 전날 「그방」서 회식”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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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모임」 다음날도 같은 방서 식사/“2명은 닷새동안 매일왔다” 복집종업원 진술
【부산=강진권기자】 특정후보 당선을 위한 지역감정유발 등 발언으로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부산지역 기관장들의 모임에 대한 녹음채취 및 폭로는 6일전부터 치밀하게 준비됐던 것으로 추정된다.
17일 기관장모임이 있었던 부산시 대연동 초원복국집(주인 백경희·35·여)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난 5일 점심식사때 자신을 『대일상사 김 실장』이라고 소개한 1백78㎝ 가량의 서울말씨를 쓰는 40대 남자 1명과 30대 남자 1명 등 2명이 찾아와 『부산에 출장왔다』며 식사를 하고 갔다는 것.
이들은 이후 9일까지 매일 찾아와 점심식사를 한뒤 사건전날인 10일낮 12시쯤에는 8명이 함께 찾아와 『회식이 있다』며 기관장들이 모이기로 돼있던 5평 크기의 지하실방을 요구,4시간동안 식사를 하고 갔다는 것이다.
김 실장 등은 특히 기관장들이 모임을 끝낸 이틀후인 지난 13일 오전 11시쯤 복국집에 다시 들러 종업원들의 거절에도 불구하고 굳이 그방을 요구해 식사를 하고 갔다는 것이다.
이같은 종업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이들은 김기춘 전 법무장관의 행적 및 일정을 최소한 1주일전부터 추적,알아낸뒤 기관장모임전에 복국집 지하실방에 녹음이나 도청장치를 해놓은후 13일 다시 와 회수해 국민당측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특히 그동안 복국집을 찾아올 때마다 주방 남자종업원에게 1만원씩의 팁을 주며 환심을 사두었고 평소 잘쓰지 않는 문제의 지하실방을 음식점측의 거절에도 불구하고 굳이 요구,사용했던 점으로 미뤄 김 전 장관 일행의 스케줄을 정확히 알고 치밀하게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초원 즉석 복국집은 정상적인 영업을 계속하고 있으며 평소 들르던 주변 공무원들의 발길이 끊긴 반면 일반 고객들은 늘어났다.
부산시 대교동에 있는 초연복국집의 분점인 이 복국집은 91년 11월 개업,백 사장의 시동생 김흥식씨(38) 부부가 장사를 맡아 하고 있으며 기관장들이 식사를 했던 문제의 지하내실은 사건발생이후 문을 굳게 잠가둔채 공개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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