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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값, 정부 예산만큼 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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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올해 부동산 시장은 '전강후약'(前强後弱)으로 요약된다. 10월 이전까지만 해도 저금리로 부동자금이 넘쳐나면서 부동산 시장이 달아올랐다. 묻지마 투자자가 몰리면서 서울 강남권 재건축 대상 아파트를 중심으로 값이 급등하고 주상복합 등 신규 분양시장 경쟁률도 치솟았다. 하지만 10.29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투자자는 물론 실수요자까지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시장은 겨울잠에 빠져들었다. 각종 기록을 통해 올 한해 부동산 시장을 되돌아본다.

◇아파트 정부예산만큼 늘어=중앙일보 조인스랜드와 부동산뱅크에 따르면 29일 현재 전국 아파트값은 지난해 말보다 13.9% 올랐다.

지난해 말 7백18조9천2백12억원(동일 가구수 기준)이던 전국 아파트 시가총액은 이날 현재 8백20조6천9백62억원으로 일년새 1백1조7천7백50억원 순증했다. 올 한해 국가 예산(1백18조원) 정도 증가한 셈이다. 서울은 42조7천3백87억원 증가했다. 대전과 충남의 경우 행정수도 이전 후광 효과를 기대한 투자자가 몰리면서 시가총액이 각각 7조3천1백억원(40.4%), 1조2천8백84억원(18.5%) 으로 다른 지역보다 많이 늘었다.

하지만 10.29대책 발표 이후 감소세로 반전됐다. 아파트 시가총액의 40% 가량을 차지하는 서울지역 아파트값이 크게 내린 때문이다. 10.29대책 이후 두 달간 전국 아파트 시가총액은 3조1천1백46억원 감소했다.

아파트 전셋값은 전국이 0.39% 올랐으나 서울은 1.36% 빠졌다.

아파트 전셋값에 비해 매매값이 더 오르면서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전세비율)은 하락세다. 지난해 말 56.8%에 달했던 전국 아파트 전세 비율은 이달에는 50.1%로 떨어졌다. 1999년 3월(49.0%)이후 최저치다. 특히 서울은 98년 12월(41.8%) 이후 5년 만에 가장 낮은 42.7%에 머물렀다.

◇재건축.행정수도 후보지 강세=올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익률을 올린 아파트는 평택시 서정동 주공2단지 14평형이다. 지난해 말 3천5백만원에서 이달 26일 현재 7천7백50만원으로 일년 수익률이 1백21%에 달했다. 평택.오산 쪽으로의 미군기지 이전 방침과 재건축 추진 영향 때문이다.

2위는 대전시 서구 삼천동 국화동성아파트 49평형으로 1억3천만원짜리가 일년 만에 2억8천5백만원(1백19%)으로 올랐다. 대전 서구지역 아파트는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기대감으로 상승률 상위 10위에 상당수가 포함됐다.

상승 금액이 가장 큰 아파트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 진흥빌라 1차 64평형으로 지난해 말 평균 11억원에서 현재 19억5천만원으로 무려 8억5천만원 뛰었다. 48가구 밖에 안 되지만 올 하반기 동양고속건설이 재건축을 시작하면서 값이 올랐다. 인근 C부동산 관계자는 "대지지분이 넓어 80평형대 로열층 입주가 가능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호가가 크게 올랐다"고 말했다.

◇주상복합에 사상 최대 청약금= 2조6천9백40억원. 지난 5월 주상복합 청약시장을 달궜던 서울 광진구 자양동 건대 더샾스타시티(아파트 1천1백77가구)에 쏟아진 청약금이다. 이는 주상복합 청약금 사상 최대 규모이자 웬만한 대형 건설회사 한해 매출액과 맞먹는다.

이 아파트를 3개 이상 청약한 사람들은 국세청의 조사를 받기도 했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분양 당시 정부가 3백가구 이상 주상복합아파트의 분양권 전매 금지 계획을 발표하자 단기차익을 기대한 투자자가 몰렸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 분양권에는 현재 7천만~3억원의 웃돈이 붙어 있다.

주상복합의 인기는 가을까지 이어져 10월 23~24일 청약한 분당 정자동 더샾스타파크(3백78가구)에는 2만7천1백34명이 접수하는 등 과열양상을 빚었다. 이를 계기로 정부는 10.29 대책 발표 때 20가구 이상 주상복합아파트의 분양권 전매(내년 상반기 시행 예정)를 금지시켰다.

10.29 대책 발표 이후엔 전체 분양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 주상복합 청약률도 떨어졌다. 이달 초 강남구 논현동에서 나온 D아파트는 아예 미달돼 '강남권 프리미엄'을 무색케 했다.

◇서울 동시분양 청약률 극과 극='1백78(4차) 대 2(11차)'. 올해 치러진 서울 동시분양의 서울 일반 1순위에서 가장 높은 경쟁률과 가장 낮은 경쟁률이다. 서울 동시분양은 1차 50대 1을 시작으로 4차 때는 1백78대 1까지 치솟았다. 4차 경쟁률은 서울 동시분양 제도가 도입된 1992년 이후 최고치다. 4차 때 5백87가구가 분양된 도곡 주공1차는 평균 경쟁률이 4백30대 1이었고, 특히 43.5평형은 무려 4천7백95대 1로 최고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평형 분양권(분양가 6억7천5백만원)에는 최고 5억원의 웃돈이 붙어 있다.

반면 10.29대책 이후 청약시장 침체로 11차 동시분양에서는 무주택 우선 공급제도가 부활된 지난해 4차 이후 처음으로 미달(0.5대 1)됐고, 일반 1순위 역시 2.35대 1에 그쳤다. 기존 아파트 시세가 하락세인 반면 신규 분양가는 비싸 시세차익이 없을 것으로 보고 청약을 미룬 때문이다.

◇토지는 대체로 호조=4.78%(대전) 대 -0.35%(경북). 올 3분기까지 전국 대도시 기준 땅값 상승률이 가장 높은 곳과 낮은 곳이다. 올해 행정수도 이전 후보지로 거론된 충청권 땅값 상승률이 두드러져 대전 이외에 충남도 3분기까지 2.59% 올랐다. 김포.파주 등 신도시 개발이 발표된 경기도는 2.97% 올랐고, 분양시장 호황으로 땅값이 많이 뛴 서울은 2.82% 상승해 전국 평균(1.95%)을 웃돌았다.

아파트 시장에 규제가 집중된 사이 토지시장이 반사이익을 본 것이다. 반면 특별한 개발 호재가 없는 경북은 오히려 지난해보다 0.35%가 떨어져 대조를 이뤘다.

◇경매 물건 증가세=32만7천7백91건. 올 한해 법원경매에 부쳐진 물건 수다. 지난해보다 2만1천여건 늘었다. 물건 수는 우리 경제에 주름살이 생기고 국민의 빚이 많아지면서 하반기들어 증가 추세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이 중 9만2천3백49건이 주인을 찾아 낙찰률(경매진행건수 대비 낙찰건수)은 28.2%,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격)은 평균 71%였다.

올해 경매시장에서는 개발 호재가 있는 상가.토지에도 돈이 몰리며 고가 낙찰이 많았다. 지난 9월 경남 창원시 북면 내곡리 감정가 7백84만8천원짜리 임야는 2억8천만원에 낙찰돼 3천5백68%의 최고 낙찰가율을 기록했다.

물건별로는 아파트 낙찰가율이 85.1%로 가장 높았고 ▶토지(75.5%)▶단독주택(74.6%)▶상가(64.6%) 등의 순이었다.

박원갑.서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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