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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실 큰 상은 지출억제 안간힘/「지점장 자살」사건 한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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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가짜CD 사건과 겹쳐 유통시장 위축
상업은행 명동지점 사건이 15일로 한달을 맞았으나 이희도지점장이 횡령한 돈의 행방은 제대로 밝히지도 못한채 상업은행에 커다란 짐을 안겨주었으며 금융계는 아직도 그 후유증을 앓고 있다. 이 사건은 가짜 양도성예금증서(CD)사건과 겹쳐 CD유통시장을 크게 위축시켰으며 통화관리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11월중 만기가 돌아온 CD중 9천6백억원어치가 다시 발행되지 않고 순상환됨으로써 총통화계수를 높인 것이다. 이달 들어서 줄어들고 있긴 하지만,12일 현재 CD순상환액은 5천3백억원어치에 이른다.
은행감독원이 공식적으로 집계한 이 지점장의 횡령금액은 8백79억5천만원. 그러나 상업은행이 집·부동산·유가증권 등 이씨의 재산에서 확보중이거나 돈을 빌려간 기업에서 갚겠다고 나선 것까지 합친 금액은 겨우 1백7억원이어서,결국 상업은행은 지난해 당기순이익(6백43억원)보다 1백억원이상 많은 손실을 한꺼번에 기록하게 됐다.
그러잖아도 시중은행중 가장 많은 부실여신(6월말 현재 4천9백96억원으로 전체 여신의 3.1%)을 안고 있는 상업은행은 창업 93년이래 가장 큰 위기를 맞고 있다. 당초 임시주총까지 사태를 수습한뒤 책임을 물을 것으로 알려졌던 김추규행장은 지난 2일 갑자기 전무·감사와 함께 물러났으며 임원이 된지 4년밖에 안된 정지태신임전무가 은행장업무를 대행하고 있다.
재무부는 이현기회장(전 행장)·대주주·거래업체 대표 등으로 「행장선임을 위한 위원회」를 구성해 자율적으로 행장을 선임토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으나 아직 이 위원회는 발족되지 않은 상태다. 한편 금융계 일부에선 이 지점장사건이 이현기회장의 행장재직때부터 누적된 사건인데 아직도 이 회장이 많은 은행일에 관여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금융계는 새은행장 선임문제가 오는 18일 선거에서 누가 당선되느냐에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새정부 출범을 앞두고 처음으로 선임될 은행장이라서 그 선임방식과 인물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상업은행은 어떻게든 지출을 줄이려는 자구책을 추진중이다. 본부 기구를 통폐합해 남은 인원을 지점으로 보내는 등 영업활동을 강화하고 서울 회현동에 짓기로한 새사옥 신축을 연기할 방침이다. 신입행원을 뽑지 않았으며 운동부(축구·야구부)의 축소도 거론되고 있다. 임원들은 어려운 상황의 은행을 돕자는 뜻에서 지난 1일 상여금(16명 4천8백만원)을 반납했다. 이같은 상여금 반납움직임에 노조는 반대하고 있으며 12월말 연월차휴가보조금도 지급하며 급여반납보다는 자세를 가다듬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상업은행은 이 와중에서도 CD를 제외한 예금에 별다른 변화가 없었음에 안도하고 있다. 상업은행이 어떻게 이 위기를 극복할지,어떤 인물이 새행장으로 선임될지가 커다란 변화를 맞고 있는 국내 금융계에 한 획을 그을 것으로 보인다.<양재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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