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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중견기업] 먼지 '킬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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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정규수 회장

한국 경제의 효자제품 중 하나인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미세한 먼지까지 없앤 클린룸이 필요하다. 먼지 하나가 바로 불량제품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삼우이엠씨는 이처럼 클린룸용 패널을 만드는 회사다. 클린룸 내 벽이나 칸막이에 사용되는 이 패널은 특수 소재로 만들어져 먼지를 막아내거나 발생시키지 않게 하는 제품이다. 이 분야에서 삼우이엠씨의 시장점유율은 60%선.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국내 유일의 산업용 클린룸 패널 생산 업체였다. 정규수 회장은 “80년대 삼성과 LG가 처음 반도체 공장을 만들 때부터 우리가 국산 패널을 적기에 공급해 줬다”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정 회장은 71년부터 지금까지 파티션(칸막이)을 만들어 왔다. 처음에는 사무실용 칸막이를 만들다가 제약회사용 클린룸 패널을 거쳐 지금은 산업용 클린룸 패널까지 만든다. 회사 설립 30여년만에 지난해 매출은 1620억원, 당기순이익은 95억원의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순탄한 길을 걸었던 것은 아니었다.

 70년 2월 한양대 건축과를 졸업한 정 회장은 직장을 잡지 못했다. 백수였던 그는 도시락을 싸서 대학 도서관으로 갔다. 우연히 눈에 띈 외국 건축잡지에서 학교에서 배웠던 ‘움직이는 칸막이’ 광고가 있었다. 당시 외국의 대형빌딩은 다 칸막이를 쓰고 있었다. 정 회장은 ‘저거 만들면 좀 팔리겠는데…’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파티션 만드는 일에 당장 착수했다. 만드는 건 어렵지 않았는데 문제는 영업이었다. 사람들의 반응은 쌀쌀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시멘트 벽에만 익숙한 고객들은 “그게 무슨 벽이냐”는 핀잔을 했다. 파티션을 바닥에 놓고 위에 올라가 뛰기까지 하면서 튼튼하다는 것을 강조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71년 대연각 빌딩 화재가 나 베니어 합판으로 만든 파티션은 설 자리가 없어졌다.

 개점휴업한지 5년. 드디어 기회가 찾아왔다. 76년 서울 태평로의 삼성본관, 이듬해 서울역 앞 대우센터빌딩이 세워지면서 건물내부에 파티션이 사용됐다. 두 빌딩은 고층인데다 외국에서 설계를 한 빌딩이라 파티션을 설치하도록 지어졌다. 일이 되려고 했는지 77년 정부에서 KGMP(우수 약품 제조 및 품질 기준)를 제정, 제약업계에 자율적으로 실시하게 했다. KGMP 기준 중 하나가 바로 클린룸이었고 제약회사들은 하나 둘씩 클린룸을 만들었다. 78년에는 미사일 탄두를 만들던 금성정밀(현 LG이노텍)에 국내 최초로 공업용 클린룸 파티션을 납품했다.

 사업이 좀 되나 싶었는데 이번엔 2차 오일쇼크가 닥쳤다. 이때 정회장은 사업을 그만둘까 고민했다. 마음도 정리하고 머리도 식힐 겸 일본으로 출장을 떠났다. 가서 보니 일본에는 역사가 90년이 넘은 파티션 회사도 있었다. 더욱이 당시 세계 반도체 및 전자산업을 주도하고 있던 일본의 산업용 클린룸 시장은 성장일로에 있었다. ‘내가 겨우 10년하고 그만 둘 수 없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 돌아와서 일본에서 본 산업용 클린룸 패널을 개발했다. 제품을 먼저 개발해 놓고 시장이 형성되기를 기다렸다. 마침 83년부터 전자회사에서 반도체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삼성과 LG가 먼저 시작했고, 현대전자를 비롯 몇몇 대기업이 뒤를 이었다. 이때부터 삼우이엠씨는 탄탄대로를 걸었다. 87년부터는 클린룸 제품을 미국으로 수출하기 시작했다. 당시 클린룸 기술의 종주국인 미국에서도 삼우이엠씨의 기술력을 인정한 것이다. 당시 정회장의 사내 별명은 ‘정우중’이었다. 1년이면 6개월을 미국이나 유럽 등지에서 보낼 정도로 해외 영업에 바빴기 때문이다. 90년에는 ‘무정전 패널’을 공급해 클린룸 기술을 한단계 높였다. 클린룸내 패널 표면에 정전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 먼지가 달라붙지 못하게 한 것이다.

 2001년부터는 중국에 현지법인과 2곳의 생산공장을 설립했다. 이 두 공장은 주로 중국 동부 지역에 밀집해 있는 반도체·디스플레이 관련 업체들에게 클린룸 설비를 공급한다. 이외에도 미국·필리핀·말레이시아에 현지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앞으로 시장전망도 밝다. 요즘에는 패션이나 고급 인쇄공장도 클린룸을 갖추는 등 수요처가 점점 늘어나기 때문이다. “모든 산업이 고품질화되면 공정이 더 정밀하게 되기 때문에 클린룸 수요는 늘어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정회장의 설명이다.

 98년부터는 다각화를 위해 커튼월(유리로 된 건물 외벽) 사업에 뛰들었다. 이미 타워팰리스·아크로비스타·삼성동 아이파크·상암동 월드컵 경기장 등에 시공했다. 최근에는 건물 천정을 곡면으로 만드는 기술을 도입해 인천국제공항과 미국 자연사박물관 등에도 납품하고 있다. 정회장은 “앞으로 건축 내외장재 분야에서 꾸준히 사업을 확장할 생각”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삼우이엠씨는

-1977년 1월 설립

-1988년 부설연구소인가

-1990년 클린룸용 무정전 내장재 개발

-1996년 금탑산업훈장 수상

-해외법인-중국, 미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현지공장-중국 베이징, 상하이

- 주요 생산품:클린룸 패널, 커튼월, 사무용 파티션, 곡면 천정재

이석호 이코노미스트 기자, 사진=강욱현 기자

삼우이엠씨에 관한 더 자세한 내용은 중앙일보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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