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주문폭주 삼성중공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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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삼성중공업이 폭주하는 선박 건조 물량을 해소하기 위해 중국에 조선업계 최대 규모의 블록 공장을 운영한다.
 삼성은 1997년 조선업계에서는 처음으로 중국에 세운 저장(浙江)성 닝보 생산기지의 블록 생산 능력을 두 배로 늘리는 공사를 최근 끝냈다고 24일 밝혔다. 2004년 6월부터 1억4000만 달러(약 1300억원)를 투자해 10만t이던 블록 생산 능력을 20만t으로 늘렸다.

 삼성은 이를 통해 생산량이 늘어나고 원가경쟁력도 올라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10년간 중국에 진출해 블록을 생산해 본 결과 중국에서 생산한 블록으로 조립하는 것이 국내에서 블록을 생산하는 것보다 30% 이상 원가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삼성이 중국 블록 공장의 확장을 택한 배경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삼성중공업 김징완 사장은 “수주량이 대폭 늘어나고 있지만 현재 100만 평인 거제조선소는 더 이상 부지를 넓힐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블록을 납품하던 협력회사들이 조선 호황을 타고 선박을 건조하는 신조(新造) 조선소로 대거 전환해 국내에서 블록을 더 공급받을 수 없게 됐다”고 덧붙였다.

 삼성은 거제조선소에서만 만들어 오던 기가 블록을 닝보에서도 제작할 계획이다. 기가 블록이란 100여 개의 블록을 조립해 건조하던 11만t짜리 유조선을 단 5조각의 블록으로 만들 수 있는 삼성의 신공법이다.

 삼성은 닝보 기지 외에 산둥(山東)성 룽청시에 제2 생산기지를 건설 중이다. 총 4억 달러(약 3700억원)가 투자된 룽청 기지는 올 9월부터 블록을 생산하게 된다. 내년 말이면 룽청 기지의 연간 생산능력은 30만t에 달해 닝보 기지(20만t)와 함께 50만t의 블록 생산 능력을 갖출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삼성은 현재 50척인 연간 선박 건조 능력을 2010년까지 70척으로 늘릴 수 있게 된다. 블록 공장 확장으로 중국으로의 기술 유출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회사 측은 걱정 없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 김 사장은 “유조선과 중형 컨테이너선 등 범용 선박의 블록 설계만 중국에서 하고 고도의 기술이 요구되는 최첨단 선박의 설계는 현재와 같이 거제조선소에서 수행하게 된다”며 “기술 유출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한편 대우조선해양은 이달 15일 중국 산둥성 옌타이시 경제기술개발구 안에서 ‘대우조선해양산둥유한공사(DSSC)’의 준공식을 하고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갔다. 2010년까지 블록 생산 능력을 연간 22만t 규모로 늘려 연간 75척의 선박 생산 능력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심재우 기자

◆선박용 블록=완전한 선체를 이루기 전의 토막이다. 육상에서 만들어진 블록이 도크로 옮겨져 하나의 거대한 선박으로 용접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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