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서 자리잡혀가 뿌듯”/서울시 선관위 전영석 지도과장(공무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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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하루 전화만 백여통… 목이 쉴 지경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 전영석지도과장(45)은 오전 5시30분이면 어김없이 일어나 개포동 집을 나선다.
「국민의 뜻이 생생히 표현되는 현장에 있고싶어」 선관위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는 전 과장은 선관위생활 13년째인 올해의 대선이야말로 그 어느 선거보다 중요하고 의미있다는 생각에 심호흡과 기지개로 피로감을 물리친다.
종로4가에 있는 사무실에 도착하면 오전 7시.
업무는 모든 조간신문의 선거관련 기사를 읽고 스크랩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오전 8시부터 간부회의에 참석,선거사무 관리일정 체크 및 당일 유세행사에 대비한 단속사항을 논의하고 구청별 44개 선관위와 중앙선관위에 보낼 보고서 등 공문을 검토한다.
회의가 끝나면 시청에서 파견된 직원과 선관위 직원들로 이루어진 단속반에게 할 일을 설명해주고 비디오카메라·고성능 녹음기·호출기·사진기 등을 챙겨 나눠준다.
이후 9시부터는 주로 시민들과 정당관계자·구청선관위 등에서 걸려오는 하루 평균 1백여통 전화와의 씨름.
전화내용도 『찍을 사람이 없다.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푸념 호소형에서부터 『불법선거가 난무하는데 선관위는 무엇을 하고 있느냐』는 분개호통형,『옆집에서 사람들이 통닭파티를 하는데 불법·향응제공이 아니냐』는 신고문의형 등 각양각색인데다 다짜고짜 욕부터 하는 시민도 많아 참을성 있게 일일이 설명하느라 목이 쉴 지경.
사흘에 한번씩은 전 과장도 흰 바탕에 파란글씨로 「공명선거」라고 씌어진 완장을 차고 직원들과 직접 현장에 나간다.
무질서와 폭력으로 살벌하기조차 했던 87년 대선에 비해 질서가 눈에 띄게 자리잡혀가고 있는 것 같다는 전 과장은 「선관위=공명선거」라는 인식이 시민들에게 점차 자리잡아가고 있는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한다.
불법선거 신고현장에서 옥신각신 하다가도 『선관위 왔다』며 선생님의 판정을 기다리는 국민학생 같은 시민들과 정당 관계자들을 볼때면 오히려 긴장감이 앞선다고.
오후 5시부터 들어오는 직원들에게 그날 있었던 일들을 보고받고 오후 8시 시작되는 회의에서는 낮에 있었던 연설회 개최상황,부재자투표 선거상황,선거법 위반행위 단속조치 등을 정리해 「주요업무 추진상황」을 작성하다 보면 어느새 밤 12시다.
22일 입시를 앞둔 고3 아들과 함께 밥먹어 본지도 오래됐다.<정형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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