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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내신 지침 거부 결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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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서울 6개 사립대에 이어 서울ㆍ경인지역 사립대들이 정부의 '대입 내신(학생부 성적) 확대 강요'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

65개 사립대 입학처장들의 모임인 서울.경인지역 입학처장협의회(회장 정완용 경희대 입학처장)는 22일 오후 6시부터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긴급 회장단회의를 열었다.

회장단은 이날 오후 10시에 마라톤 회의를 끝내고 "올해 대입에서 내신 반영비율을 50%까지 높이라는 교육부 방침을 따를 경우 감당할 수 없는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며 정부 방침을 거부키로 결의했다. 회의에는 협의회 회장단 소속 11개 대학 중 건국대.경희대.단국대.아주대.이화여대.인하대.홍익대 등 7개 대 입학처장이 참석했다. 독일에 출장 중인 한국외대 신형욱 입학처장도 전화로 동참의사를 밝혔다.

협의회 회장단은 "학생부 실질 반영비율 확대 등을 통해 정부의 대입 전형 제도의 취지를 충실히 실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그러나 대학의 자율권은 최대한 존중돼야 하며 입학 전형 방법에 대한 대학들의 입장 차를 정부가 이해해 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대학들은 학생부 교과 성적의 등급별 점수 부여 방식을 대학 여건에 따라 공정하고 합리적인 수준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하겠다"고 강조했다.

문흥안 부회장(건국대 입학처장)은 "이론상이나 현실적으로도 실질반영률 50% 확대는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다"며 "회장단의 결의는 65개 대를 대표하는 효력을 갖는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내용의 성명서를 24일 공식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올해 정시모집 전형에서 내신 1~4등급 동점처리를 검토했던 이화여대 황규호 입학처장은 "당초 안은 포기했지만 실질반영률 50% 확대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어 동참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실업계고나 특목고, 농어촌고에 똑같은 점수를 주고 실질반영률을 50%로 늘릴 경우 입시 틀을 100% 바꿔야 한다"며 "그 같은 우려는 이미 고려대 시뮬레이션에서도 증명됐다"고 주장했다.

<본지 6월 22일자 4면>

이날 회의는 긴박하게 진행됐다. 교육부가 내신 실질반영률을 높이지 않는 대학은 모두 행정.재정적 제재를 하겠다고 압박했지만 "그대로 받아들이면 학생들 혼란만 초래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져 갑자기 회동이 이뤄졌다. 특히 사법시험 출제위원으로 참여해 '내신 확대 파문' 일주일 동안 꼼짝 못했던 정완용 회장은 이날 발이 풀리자마자 달려왔다.

21일 교육부 방침을 거부했던 6개 대 중 고려대.성균관대.연세대 입학처장들은 회장단 소속이지만 동참의사를 밝히고 참석하지 않았다.

양영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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