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립기금 마련 위해 동분서주 미주 예총 회장 이병임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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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이질적인 미국생활 12년 동안 한국의 전통문화보급이 힘써왔던 50대 중반의 여성 교포예술인이 이번에는 미 로스앤젤레스에 문화회관을 설립, 자칫 잊기 쉬운 한국예술의 미를 보존하겠다고 나섰다.
한국문화예술인 총 연합회(예총)의 미국지부격인 미주 예총 이병임 회장(56·여·미LA거주).
『미주 지역에도 이번 대통령선거에 출마한 김영삼·김대중·정주영 각 후보들의 후원회가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문화사업을 위한 후원회다운 후원회나 우리만의 문화 공간은 없어요. 이런 상황에서 재미 교포들에게 우리의 전통문화를 올바르게 전달할 수 있겠습니까.』
3일 고국을 찾은 뒤 인천에서 문화예술인들을 상대로 「미 이민문화」에 대해 강연회도 가진 이 회장은 때문에 각종 한인단체들의 후원을 얻어 한인 사회의 문화공간이 될 문화회관을 건립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회관 규모나 부지는 아직 미정인 상태. 그래서 문화회관 건립 1차 목표로 우선 1백만 달러를 모금한 다음 LA시 당국을 상대로 회관 부지 등의 협조를 얻겠다는 게 이 회장의 계획이다.
그 일환으로 이미 9월말에 인천 시립무용단과 극단 「민예」를 초청, LA에서 「문화회관건립기금 마련을 위한 1회 아트페스티벌」무료공연을 3주 동안 개최해 7만 달러의 후원금을 모금했다.
내년 초에는 컨템퍼러리 현대무용단과 처용무로 유명한 인간문화재 1호 김천흥씨를 초빙, 공연을 갖고 향후 지속적으로 문화행사를 펼쳐 미국에 있는 한국문화원, 상공회의소, 상사·지사협의회, 한인단체들로부터 회관 건립기금을 모금한다는 것이 이 회장의 생각.
『일본과 중국은 자기들만의 문화공간이 있지만 우리는 우리 얼·우리문화를 담을 곳이 없어 하루에 3천 달러나 주고 유대인 극장을 이용해 문화행사를 갖지요. 우리에게 돌아올 이익이 다른 나라에게 가는 꼴입니다.』
80년 도미하기까지 이화여대·한양대·중앙대에서 강사로 재직하고 무용평론가로 활약하면서 자신의 표현대로 「독설」로 유명했다는 이 회장은 『미국은 한국문화의 황무지』라며 문화공간 마련의 중요성을 힘주어 말했다.
이 회장은 아울러 『한국은 장관이 바뀌면 행정도 달라지는 습성 때문에 문화행정에도 일관성이 없다』고 질타하며 『앞으로 탄생할 새 정부는 미국 한인사회를 하나의 지역 사회로 인식, 미국에 새로운 이민 문화가 창조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덧 붙였다.
아들(30)도 이민사회를 다루는 월간지 편집장으로 일하면서 UCLA대학에서 무대예술을 공부하고 있고 딸(29) 역시 남가주 대에서 미술을 공부한 뒤 뉴욕에서 대학원 과정에 있어 세 가족 모두 예술인 가족인 이 회장은 11일 LA로 돌아갈 예정. <정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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