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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검절약"을 경영신조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맨손으로 자수성가한 기업의 창업주들은 그 이후에도 근검절약을 고집하게 마련이지만 2세 기업주들은 대체로 근검절약보다는 합리적인 사고와 판단을 바탕으로 재테크 등 현실적인 경영에 중점을 두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남양유업의 홍원식 사장(43)은 조금 남달라서 근검절약형 경영으로 유명했던 창업주인 부친 홍두영 회장(68)의 스타일을 그대로 이어받은 것은 물론 「아버지보다 더하다」는 말까지 듣고 있다.
연간 매출액 3천억원 규모의 회사임에도 본사 사옥을 갖지 않는 전통을 그대로 유지, 아직까지도 서울 을지로 대일빌딩의 3개 층을 임대해 쓰고 있으며 계열사 설립이나 부동산투자를 않는다는 원칙도 그대로 지켜오고 있다.
지난88년 홍 사장이 사장에 취임했을 때 대학(연세대)나오고 미국에 유학까지 한 경력 때문에 『아들은 다르겠지』싶어 간부들이 부동산투자를 건의했다가 『그럴 돈 있으면 기계 한대 더 사겠다』는 호통을 들었을 뿐이다.
실제로 남양은 지금까지 한번도 적자를 내본 적이 없는 「알짜기업」이지만 이익의 대부분을 시설도입이나 연구개발에 투자, 지금까지 30여개 품목을 모두 로열티 지급 없이 자체 개발해왔다.
홍 사장 개인적으로도 비용절약을 위해 여직원 한명으로 비서실을 대신하고 있고 이사시절 쓰던 철제책상과 의자도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다.
6층 사장실까지 매일 걸어서 오르내리는가 하면 사장실에 TV도 없고 보온병 대신 빈 우유병에 보리차 물을 담아 마실 정도다.
그리고 그는 상당수의 절약형 기업가들이 직원들도 같은 모습을 보이기를 바라는 깃과는 달리 동종업계 최대보수, 오후6시 전직원퇴근, 인사청탁 절대거부의 원칙을 지키며 「일할 맛 나는」직장을 만들어가고 있다.
대신 그는 조회 때마다 직원들에게 「96년 분유시장의 개방」사실을 항상 주지시킬 뿐이다.<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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