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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국교수의LOVE TOOTH] 불량 치아 고친 뒤 미백 치료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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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그의 치아가 어슴푸레 달빛 아래서 가지런히 모습을 드러내었다." 단순호치(丹脣皓齒)라고 했던가, 순정소설에선 하얀 치아에 필(feel)이 꽂힌다. 우리나라를 위시해 황색 피부를 가진 동남아에선 유달리 흰색에 대해 높은 미적 가치를 부여했다. 희고 맑은 피부처럼, 하얀 치아는 가지런한 치열과 더불어 미인의 첫 번째 조건이다.

치아의 색깔은 일차적으로 유전에 의해 결정된다. 그러나 치아가 형성.발육하는 시기에 색소 침착을 유발하는 약물을 섭취하거나, 과도한 농도의 불소를 함유한 식수를 오래 음용해도 치아가 변색할 수 있다. 특히 테트라사이클린 계열의 항생제는 확실하고, 강력하게 치아를 검게 만든다.

예컨대 젖니는 태중 13~36주(임신 3~9개월)에 형성된다. 따라서 이 시기에 산모가 염증성 질병 때문에 항생제를 복용하거나, 또 영구치가 형성되는 출생 후 3개월~6.7세 아기에게 항생제를 투여하면 거의 틀림없이 치아가 검게 변한다. 얼마만큼 치아가 발육되었을 때 항생제를 복용했는지, 그리고 얼마나 오랫동안 복용했는지에 따라 치아 착색의 위치.크기가 달라진다.

또 치아 변색을 유발하는 식품이나 차류 같은 기호품, 색소를 함유한 청량음료도 영향을 미친다. 대표적인 식품이 커피나 홍차.녹차 등 잎차, 카로틴계 색소가 많은 감, 고춧가루 등이다. 이 밖에도 외상에 의한 치아 손상, 오래된 치아수복 재료, 연령 증가와 같은 환경적 요인도 고려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유치는 유백색이고, 영구치의 색깔은 황백색이다. 유치와 영구치의 색깔 차이는 치아를 구성하고 있는 물질의 차이 때문. 따라서 젖니의 색깔이 다소 누렇게 보여도 영구치는 대개 정상적인 색깔을 띤다.

치아 색깔을 바꾸는 물질은 유기물로 분자량이 큰 질소화합물이다. 치아 미백치료의 원리는 이처럼 분자량이 큰 질소화합물을 '발생기 산소'를 이용, 무색의 단순구조를 가진 물질로 분해하는 것이다. 즉 색깔을 띠는 물질을 화학적으로 파괴함으로써 치아를 희고 밝게 보이게 한다.

치아 미백에 사용하는 약품은 고농도의 과산화수소 계열의 물질로 자극성이 있다. 이 약품이 치아에 아주 미세하게 형성된 틈새로 들어가 상아질로 침투하면 시린 증상을 나타낼 수 있다. 대체로 과도한 칫솔질로 치아 마모가 심한 사람, 염증으로 인해 잇몸이 줄어 치아의 뿌리가 노출된 사람들에게서 증상이 심하게 나타난다.

따라서 미백 치료 전에 불량한 치아의 치료가 선행돼야 한다. 미백 치료 후 시린 증상은 대개 수일 정도 경과하면 회복된다.

그렇다면 선천적으로 누런 치아도 하얗게 만들 수 있을까. 치아 착색의 원리는 같으므로 미백 치료에 의해 희고 밝은 치아를 가질 수 있다.

박영국 경희대 치대 교수·교정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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