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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전환 증은 신체·정신질환"|임상 성 학회서 대책세미나 회장 유계준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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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성전환 문제를 공개적으로 논의할 때가 됐다고 봅니다. 소수일지라도 성전환 증 환자에 대한 사회적 배려가 시급한 실정입니다.』27일 연세대 알렌관에서「성전환 증, 문제와 대책」을 주제로 세미나를 연 한국임상 성 학회 유계준 회장(56·연세대의대교수·정신과)은 성전환 증에 대한 의학적·법률적 검토가 하루 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는 약 1천여 명의 성전환 증 환자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들 환자 대부분은 질환으로 인한 고통을 내놓고 호소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성전환 증에 대한 일반의 인식이 결여돼 성전환 증 환자는「이상한 사람」취급을 받고 있는 형편이다.
성전환 증은 성도착증·변태 등과는 구별되는 일종의 신체정신 질환이다. 성전환 증이 분명한 환자의 경우 성전환 수술이 가장 좋은 치료법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유 회장은 ▲2년 이상 끈질기게 상대방 성 역할을 해 오고 ▲본래의 성에 대해 계속적으로 혐오감을 품는 것이 성전환 증의 판단기준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연구에 따르면 남성→여성 전환이 여성→남성 전환보다 3배 가량 많다는 것. 환자 발생비율은 전자의 경우 3만 명 당 1명 꼴, 후자는 10만 명당 1명 꼴이다.
『성전환 증 환자는「타고난 죄」로 어렸을 때부터 불우하게 자라는 경우가 많습니다. 집안에서조차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받기 때문이지요.』대개의 성전환 증 환자는 주변의 이런 따가운 눈초리 때문에 사춘기 이후 대개 가출의 길을 걷는다는 것이다. 유흥가로 진출하는 성전환 증 환자는 그나마 경제적으로 다소 여유가 있어 성전환 수술을 받는다. 그러나 상당수의 성전환 증 환자는 5백 만원 가량 하는 수술비를 댈 여유가 없어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것.
유 회장은『실제 성전환 증 환자들을 만나 보면 말로 표현 못할 정신적·신체적 고통을 겪고 있다』고 강조했다. 화장실 이용 같은 사소한일부터 성생활 등에 이르기까지 하루하루 생활이 이들 환자들에게는 고통이다. 유 회장은『정상인들은 우선 성전환 증 환자를 따뜻한 마음으로 대함으로써 이들의 소외감을 달래 줘야 할 것』이라며『비록 소수지만 법률적으로도 이들의 권익을 보호해 주는 방안이 강구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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