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후보="박 후보가 한 언론과의 인터뷰(중앙일보 6월 14일자 보도)에서 저의 국가관에 의구심을 나타냈다. 저는 대한민국에 살면서, 시장경제 아래에 살며 국가 정체성을 주장하고 있는 사람이다. 국가보안법 조항에 문제가 있지만 유지하는 것이 맞다."
▶박근혜 후보="서울시장으로 재직할 때 국가 정체성 논란이 한창이었다. 노무현 대통령 때문에 간첩을 민주화 인사로 만들려는 일들이 다반사였다. 한나라당이 이를 비판할 때 이 후보는 '정치권의 정체성 논란을 이해할 수 없다.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국가 정체성이 절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말이 달라졌다. 말을 함부로 바꿔서는 안 된다. 태도를 180도 바꾼 이유가 궁금하다."
▶이 후보="해마다 달라졌다고 하는데 점잖게 말해 오해다. 인터넷에 들어가 보면 시장 때나 지금이나 한결같다. 너무 고차원적으로 얘기해 이해하기 어려웠을지 모르지만 저의 정체성은 전혀 변함이 없다."
서로 따지듯 문답이 오갔고 이 과정에서 가끔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박 후보는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질문으로 공세를 폈다.
▶박 후보="이 후보가 비무장지대에 이산가족 상봉장을 만들겠다고 했다. 현재 1인당 이산가족 상봉에 9억원의 비용이 들어간다고 했는데 근거가 뭐냐. 또 군사적으로 중요한 비무장지대에 어떻게 이산가족 면회소를 설치할 것인가."
▶이 후보="9억원이 든다고 한 것은 어느 일간지의 애절한 칼럼을 보고 답한 것이다. 기자들 앞에서 정식으로 발표한 것은 아니었다. 이산가족을 보려고 금강산까지 가려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
▶박 후보="북한이 매년 15~20%의 경제성장을 하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북한의 경우는 기술력 확보가 요원하다. 자본을 갖고 있지 않아 전적으로 바깥에서 지원할 수밖에 없다. 도대체 어느 정도 예산을 지원해야 그만큼 성장시킬 수 있는지 구체적인 계획이 있나."
▶이 후보="물론 북한은 자본도 기술도 없고,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1960년대 박정희 대통령이 쿠데타로 집권할 당시 우리는 자본도 없고 기술도 없었다. 세계의 협조를 받아 오늘날의 경제를 이뤘다. 북한도 그렇게 하면 된다."
이 후보와 박 후보는 기조 연설과 마무리 발언에서도 신경전을 벌였다.
박 후보는 기조 연설에서 "저는 대표 시절 온갖 어려움을 무릅쓰고, 여러분과 약속한 행정중심 복합도시를 지켜냈다"며 이 후보를 겨냥했다. 토론회가 충청 지역에서 열린 점을 감안한 발언이었다. 동시에 이 후보가 서울시장 재임 때 행정수도 이전을 반대했던 기억을 환기시키려는 의도도 있는 것 같다.
이 후보는 마무리 발언에서 "충청권에 국제 과학비즈니스 도시를 건설하면 충청 경제가 획기적으로 발전하고 충청 지역이 나라 경제의 중심이 될 것"이란 공약성 발언으로 충청 민심을 파고들었다. 이 후보가 과학비즈니스 도시의 위치를 충청권이라고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앞서 두 번의 토론회 때 감초 역할을 하며 이 후보를 주로 공격했던 홍준표 후보는 이날 박 후보를 공략했다. 홍 후보는 토론 중 박 후보를 겨냥, "국가관이 뚜렷한 것은 다 안다. 거기에 너무 집착하니 한나라당이 반통일 세력이 된다"며 "노 대통령은 좌파의 포로가 됐는데, 밖에서는 (박 후보가) 우파의 포로가 됐다는 얘기가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원희룡 후보는 박 후보의 대북관을 조목조목 따지며 1.2차 토론에서의 부진을 털어냈다. 반면 고진화 후보는 야유를 퍼붓는 관중을 향해 "이런 분위기에서는 답변하지 않겠다"고 고함을 치는 등 토론에 집중하지 못했다. 이날 토론회는 YTN-TV가 생중계했다.
대전=신용호 기자
MBC '생방송 이슈&이슈'(2003년) 등 여러 TV토론 프로그램에서 사회를 맡았던 미국.중국 전문가다. 그는 19일 토론에서도 이명박.박근혜 후보 측 지지자들이 박수와 연호로 과열되는 양상을 보이자 "토론이 중심이니 자제하라"며 분위기를 잡아나가는 수완을 발휘했다. 이화여대 영문과 76학번으로 1991년 미국 조지워싱턴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97년부터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