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주식투자 전성시대 (上) 증시로 몰리는 돈 '10년 랠리의 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8면

#2. 부천에 사는 유현주(38)씨는 5월 아파트를 팔아 대출금을 갚고 남는 돈 1억7000만원을 펀드에 투자했다. 아파트값은 생각만큼 안 오르는 데다 1가구 2주택에 대한 세금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대신 무섭게 오르는 증시를 보면서 펀드투자를 결심했다. 한 달새 수익률이 10%를 넘어섰다.

"10년 장기 랠리가 시작됐다."

최근 증시에 대한 증권가의 평가다. 이를 반영하듯 19일 코스피지수는 1800선을 방어해냈다. 신영증권 김세중 투자전략팀장은 "10년 마다 반복되는 장기 강세장이 찾아왔다"고 주장했다. 그 원동력은 '돈의 힘'이다. 적금을 깨고, 부동산을 팔아 만든 돈이 증시로 몰려들고 있다. 단기 조정은 있을지라도 장기 전망은 밝다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외국인 매수세에 의존하던 '천수답' 장세가 아니라 '수급의 3대 축'이 증시를 떠받치고 있어서다.

◆60조 원 앞둔 주식형 펀드=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18일 주식형 펀드의 설정액은 59조957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45조원이던 설정액이 반년도 안돼 15조원 불어났다. 지난해 말 5조7000억원에 불과하던 해외펀드 설정액은 4월 말 13조2000억원까지 불었다. 해외펀드 열풍은 개인들의 생각을 '저축에서 투자'로 확실히 이전시켰다. 중앙일보와 한국증권업협회가 5대 도시 20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투자자 성향 설문'에서도 응답자의 절반만이 향후 은행예금 위주로만 금융자산을 구성하겠다고 답했다. 현재 은행예금과 주식형 펀드의 규모가 3대 1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큰 변화다.

◆증시의 큰 손, 국민연금.퇴직연금=보건복지부는 지난해 말 기준 12%에 불과한 주식투자 규모를 2012년까지 20%(79조6000억 원)로 확대할 계획이다. 퇴직연금은 2005년 말 제도도입 후 4월 말까지 적립금이 1조790조원으로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퇴직보험.신탁(약 20조원)이 퇴직연금으로 전환되면 그 규모가 급격히 커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증권 황금단 연구원은 "5년 후 두 연금의 연간 주식 순매수 규모가 10조원에 달할 전망"이라며 "증시의 안전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교육부가 10월부터 사립대(총 자산규모 5조7000억원)의 주식투자를 허용할 예정이라고 밝혀 수급 전망을 더 밝게 한다.

◆주가 떠받친 자사주의 힘=2003년 3월 이후 지속되고 있는 장기 강세장에서 가장 주식을 많이 사들인 투자 주체는 자사주 매입기업이다. 올 3월까지 기업들이 22조8000억원어치의 자사주를 사들인데 반해 개인들은 이 기간 23조1000억원을 팔아치웠다. 자사주 매입에 매년 수조 원을 들이는 삼성전자는 전체 발행주식의 14.17%를 자사주로 보유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2005년 이후엔 상장사들이 주가 방어를 위해 자사주를 매입하는 규모가 증시를 통한 자금 조달 규모보다 커지는 상황이다.

고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