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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취감춘 「광릉 크낙새」/수목원 개방후 행불 1년6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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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전문가 “공해로 송악산 간듯”
「광릉 명물 크낙새를 찾아라」.
경기도 포천군 광릉수목원에서만 서식해오던 희귀조 크낙새(천연기념물 197호)가 1년6개월 가까이 자취를 감췄다.
크낙새가 마지막 목격된 것은 91년 4월. 산림청 임업연구원이 수목원 상수리나무 숲속에서 둥지를 틀기 위해 긴 부리로 둘레 3m의 상수리나무를 쪼는 모습을 목격한후 종적이 끊겼다. 이에 따라 산림청 임업연구원은 지난 2월부터 학계와 공동으로 수색(?) 작업을 펴고 있으나 행방이 묘연하다. 집을 나간 크낙새가 1년반 가까이 돌아오지 않는 것은 환경공해때문이라는 것이 조류학자들의 일치된 견해.
크낙새연구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딴 함규황교수(52·경남대 생물학)는 『광릉수목원이 개방된 87년이후 몰리기 시작한 행락인파와 차량소음 등으로 자연환경이 나빠지자 보금자리를 2∼3시간이면 날아갈 수 있는 개성 송악산 등지로 옮겼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하고 『수목원 생태계를 보호하지 않는한 크낙새는 영영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윤기를 머금은 암갈색 깃털에 싸인 크낙새의 크기는 20∼30㎝. 딱따구리과에 속하나 긴 부리(4∼5㎝)와 머리위의 선홍빛 깃털이 까막 딱따구리와 다르다. 예부터 광릉수목원의 울창한 숲속에 무리지어 살던 크낙새는 6·25전쟁중 자취를 감추었다가 한마리가 최근 귀향한 것은 지난 68년.
이후 크낙새 가족은 수컷 2마리·암컷 1마리 등 3마리(79년)로 늘었으나 80년대 후반들어 하나둘씩 사라졌고 이제 마지막 한마리까지 종적을 감춘 것이다.<전익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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