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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관광국' 막는 규제 빨리 풀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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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차세대 성장 동력 산업'으로서 의료서비스 산업의 중요성이 점차 증대되고 있다. 본격적인 의료시장 개방에 대비하기 위해선 의료서비스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요구가 의료계 안팎에서 많다. 국내 의료기관 간 경쟁이 날로 심화돼 의료 자원 이용의 비효율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해외에서 진료받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의료 분야에서도 신시장.신수요를 개척해 의료기관 간 과당경쟁을 줄이고, 의료서비스 무역수지 적자를 타개하는 방안을 모색할 때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현실적인 방안의 하나로 국내의 우수한 의료기술과 가격 경쟁력을 활용한 해외 환자 유치가 주목받고 있다. 현재 미국 등 주요 선진국들은 높은 의료서비스 가격, 증가하는 국민 의료비, 의료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료 분야의 해외 아웃소싱에 눈을 돌리고 있다. 이런 추세는 확대될 것이다.

이에 맞춰 싱가포르.태국.인도 등 주변 경쟁국들은 아시아의 '의료 허브'를 목표로 해외 환자 유치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의료서비스 산업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도 하고 있다. 이들 국가에선 의료기관.여행사 등이 해외 환자 유치를 위한 각종 인프라 구축 및 적극적인 해외 마케팅 활동을 전개하고, 정부는 관련 제도 개선과 범부처적인 지원 정책을 펼쳐 괄목할 만한 성과를 달성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높은 의료 수준과 가격 경쟁력에도 불구하고 해외 환자 유치 실적이 미미한 수준이다. 적극적인 해외 홍보 활동을 통해 우리 의료서비스 수준에 대한 국제 인지도 제고, 외국인 환자를 위한 진료 편의 시설 확충, 전문 인력 확보 등의 준비가 더 필요하다.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선 의료 광고 규제 완화를 통해 적극적인 홍보 및 마케팅 활동이 가능하도록 하고, 해외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소개.알선을 허용해 알선 기관.여행사가 의료 관광 상품을 개발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정부는 해외 환자 유치 활성화에 강력한 정책적 의지를 보이면서 구체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해외 환자 유치 활동의 구심점이 될 민.관 공동협의체(한국 국제의료 서비스협의회)를 구성했고, 홍보 관련 예산도 확보해 다국어 홈페이지 구축 등 여러 활동을 펼쳤다.

그러나 아직 여러 규제로 인해 해외 환자 유치 활성화에는 어려움이 있다. 의료광고의 경우 포지티브 시스템에서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전환해 과대 광고 등 9개 의료 광고 금지 조항을 제외하고는 전면 허용하는 법안이 올 1월 국회를 통과했으므로 해외 환자 유치 관련 홍보.광고가 자유로워질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해외 환자 소개.알선 금지 법률로 인해 적극적인 해외 환자 유치가 어려운 점이다. 정부는 이를 허용하는 의료법 전면 개정안을 지난달 국회에 제출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우리 의료의 적극적인 해외 홍보와 의료 관광 상품 개발이 민간 차원에서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해외 환자 유치를 위해서는 개별 의료기관의 노력이 중요하지만, 의료기관이 직접 해외 환자를 대상으로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특히 중소 병원과 의원은 매우 어렵다. 알선 기관 등을 통한 해외 마케팅 활동이 보다 효율적으로 이뤄지고, 의료기관과 이들 간의 역할 분담이나 연계가 바람직하다.

권영대 성균관대 의대 사회의학교실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