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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도 높이 평가하는 조선족의 자랑"|동북 열사관에 안의사 기념실 마련키로-중국서 안중근 의사 기념사업 흑룡강성 당사연구소장 김우종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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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안중근 의사는 중국 흑룡강성에 거주하는 조선족의 자랑이요, 얼굴입니다. 그러나 세월이 가면서 요즘 세대들에게는 점차 잊혀져 가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하얼빈에서「안중근 의사 전문가」로 통하는 김우종 흑룡강성 당사 연구소장(63·흑룡강 대학 동북아 연구소 교수)은 그러나『한중 수교이후 안 의사를 기억해 하얼빈을 찾는 한국인들이 많아져 상당히 고무적』이라며 즐거워했다.
북경 중앙 교육학원에서 중국 동북지방 항일투쟁사를 전공하고 30년 전부터 당사 연구소에 재직해 50여명의 연구원을 지휘하는 소장직에 오른 김씨는 주요 인물들의 업적을 평가해 기록하는 중책을 맡고 있어 중국의 고위인사들이 상당히 신경을 쓰는 사람이라는 것이 주위의 전언.
1909년 10월26일 안의사가 하얼빈 역에서 일제의 이토 히로부미(이등박문)를 저격하고 그 이듬해 3월26일 여순 감옥에서 사형 당하기까지의 수난사를 생생하게 들려주는 그는『3년 전 하얼빈역사 개축으로 안의사 의거 자리가 건물벽 밑으로 들어가 심히 섭섭하다』고 아쉬워했다.
물론 그 이전에도 이 역에 안의사 의거를 기념하는 특별한 기념물 같은 것은 없었다는 것.
그러나 일본인들이 이등박문이 죽었던 자리에 그의 흉상을 세웠다 철거, 시멘트로 메운 자리가 안의사 거사 위치를 간접적으로 알려주었으나 이마저 3년 전 없어져 버렸다는 것이다.
현재 하얼빈에서 안의사를 기억하게 하는 것은 흑룡강성 혁명 박물관 지하 전시실 벽면 한 귀퉁이를 할애해 김소장이 한국에서 얻어온 안의사 얼굴사진 등 안의사 관련 복사자료들을 몇점 걸어놓은 것이 고작이다. 안의사가 검거된 후 여순 감옥으로 가기 전 7일간 심문을 받았던 일본 영사관에는 지금은 국민학교가 들어가 있음을 보여주었다.
『일본의 만행에 분개했던 많은 중국인 식자들이 안의사를 높이 평가해왔다』는 그는 올해3월에도 하얼빈 예술 극원이 하얼빈 예술극장에서 오페라『안중근』을 무대에 올렸다고 소개했다.
또 82년에 출간된『세계 명인 전기』(길림성 사회과학원 발행)에도 안의사가 소개됐으며 안의사 별세 직후인 20년대에는 중국 주은내 수상의 부인으로 최근 청빈한 삶과 죽음으로 우리 나라에서도 화제가 됐던 고 등영초 전 국가부주석이 안중근으로 분해 전국각지를 돌며
연극을 했다고 전했다.
당시에는 안의사를 추모하는 글도 4백여편이 발표됐었다고 김소장은 자신의 조사결과를 밝혔다.
『모택동의 동상도 철거되는 마당에 하얼빈 역에 안의사 기념비나 동상을 세우자고 중국정부에 제안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어려울 것 같다』고 말하는 김소장은『현재 하얼빈시 동북 열사관 내에 안중근 기념실을 별도로 마련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라며 한국동포들의 따뜻한 관심을 촉구했다. 【중국 하얼빈=고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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