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박 삼천지교 … "그래도 불법은 불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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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이명박 경선 후보가 16일 국민에게 머리를 숙였다. 사실로 드러난 자신의 위장전입 문제를 사과하면서다. 당초 12일 열린우리당 김혁규 의원이 이 문제를 제기했을 때 이 후보 측은 명쾌하게 해명하지 않았다. "부동산 투기용이 아니었다"는 점만 강조했었다.

주민등록 초본만 공개하면 쉽게 검증할 수 있는 사안이었지만 "사소한 부분을 놓고 또 시비가 붙을 수 있다"며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다 이 후보의 부인 김윤옥씨가 위장전입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자 이 후보가 직접 "자녀 입학 문제 때문이었다"고 털어놓은 것이다. 당 안팎에선 "이 후보 캠프에서 초기 대응을 불투명하게 해 일이 커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투기용 위장 전입은 아니다"=이 후보 측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이 후보는 1977년 11월부터 91년 6월에 이르기까지 다섯 번 위장전입을 했는데 이게 모두 네 자녀의 초등학교(리라초.경기초).중학교(구정중) 입학 시기와 일치한다.

이런 시기적 일치가 위장전입의 목적이 부동산 투기가 아니라 자녀교육용인 증거라고 이 후보 측은 주장했다.

열린우리당 서혜석 대변인은 "사립 초등학교는 학군에 관계 없이 입학이 가능한데 왜 주소를 옮겼다는 거냐"며 의문을 제기했다. 부동산 투기용 위장전입이란 심증을 거두지 않은 것이다.

이 후보 캠프의 관계자들도 전날만 해도 이 의문에 대해 확실한 설명을 하지 못했다. 그러다 17일 캠프의 장광근 대변인은 "75년 10월 사립초등학교의 입.전학 업무가 해당 학교에서 교육구청으로 이관된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 때문에 당시엔 특정 사립초교에 입학하려면 해당 교육구청에 주소지가 있어야 했다"고 해명했다.

65년 개교 이후부터 리라초교에 재직 중인 권응팔(75) 교장은 기자에게 "초창기에 '귀족 학교'란 비난이 많아 70년대부터 학교 자체적으로 입학생의 주소 제한을 실시했다"며 "학교 근처 주소지에 사는 학생에겐 1순위를 주고 스쿨버스가 서는 곳에 사는 학생에겐 2순위를 줬다"고 설명했다.

반면 63년부터 경기초교에서 교편을 잡은 김진현(67) 교장은 "우리 학교에선 입학생 모집 때 거주지 제한을 둔 적이 한번도 없었다"고 말해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장상씨 위장전입 문제로 총리 낙마=위장전입은 62년 주민등록법이 제정된 이후 계속 불법이었다. 지금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다만 공소시효(3년)가 지나 법적으로 문제를 삼을 순 없는 상황이다.

또 한국적 정서에서 자녀 교육 목적이라는 게 어느 정도 이해 되는 측면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그렇다 해도 대선 후보가 위장전입했고, 이게 위법이라는 사실은 이 후보에게 뼈아픈 대목이다.

박근혜 후보 측 이혜훈 대변인은 "위장전입 문제로 총리에서 낙마한 장상씨한테 한나라당 지도부가 가서 석고대죄라도 해야 하느냐"며 "이 후보의 주소지 중에 집도 절도 없는 나대지가 있는 이유도 밝혀야 한다"고 공격했다.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이종걸 의원은 "장상.장대환 국무총리 후보자 국회 청문회 때 한나라당은 사소한 주소 이전도 트집 잡아 임명동의안을 부결시켰다"면서 "설령 교육용 위장전입이었다고 쳐도 국민은 한나라당의 이중 잣대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혁규 의원 측은 "요즘 이 후보의 부동산 문제와 관련한 제보가 많이 들어오고 있어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공개할 부분은 공개할 것"이라고 '공세 2탄'을 예고했다.

김정하.이종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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