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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다-해남대흥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지난여름 8월28일 전남해남에 있는 두륜산(해발7백9m) 대흥사 일지암에서는 「초의 문화제」가 열렸다. 중국의 다서인 육우의 다경에 비견할 수 있는 우리나라 다서 「동다송」과 「다신전」의 지은이 초의 장의순 선수를 기리는 다인들의 행사였다.
바로 이곳 대흥사에서 다성으로 일컬어지는 초의선사의 차맥을 이어받은 용우 스님께서 전통법제 방식에 따라 귀신도 감탄하는 신다를 만들어낸다. 차가 뜨지 않도록 발효성분을 없애기 위해 무쇠 솥을 덖어 비비고 털어 말리는 과정을 수차례 반복하여 만들어지는 이 차는 돌탕관에서 솔바람소리를 내며 잘 끓여진 다의 몸이라고 할 수 있는 진수와 어울려 그 신령한 기미를 드러낸다.
독서삼매에 잠길 때나 고운 벗을 정하여 잔잔한 대화를 나눌 때 신다를 달여 마시면 아주 좋다. 허준의 『동의보일』중에도「차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머리와 눈을 맑게 하며 소변을 통하게 하고 당뇨를 멈추게 하며 잠을 쫓고 해독작용도 한다. 그러나 많이 마시면 지방질을 빼 사람을 여위게 한다」고 적혀 있다.
대흥사에는 초의선사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거의 없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탱화단청은 말할 것도 없고 42수 관음보살상도 선사의 작품이다. 북미륵암 3층 석탑 (보물 제3백1호)과 탑산사 동종(보물 제88호), 3층 석탑(보물 제3백20호) 등의 문화재를 둘러보며 선인들의 숨결을 느껴보는 것도 바람직하다. 생전에 초의선사는 다산 정약용 선생, 추사 김정회 선생과 남다른 교분을 가지고 있었고 선사가 입적한 후 부도를 추사가 썼다. 대흥사의 「일로향실」의 현판도 추사가 선사에게 선물한 것이라 한다.
대흥사가 자리잡고 있는 두륜산의 수림터널은 길이가 전국에서 가장 길며 아름다움에서도 단연 빼어나다. 늦가을에는 수림과 주변일대의 단풍이 쏟아지는 햇살을 받아 신비로운 아름다움을 연출해낸다. <연호탁·관동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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