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한국기원에서 열린 KT배 왕위전 도전 5번기 2국에서 만난 이창호 9단(右)과 윤준상 6단. 사진=한국기원
대국은 서로 인내력을 경쟁하듯 느릿하게 진행됐다. 이창호 9단도 이창호 9단이지만 도전자인 윤준상 6단도 두터움을 중시하고 욕망을 절제하며 시종 견실하게 움직였다. 딱 한 번 판 위에서 불이 번쩍한 때가 있었다. 윤준상 6단이 상변 백진을 삭감하는 대신 아예 깊숙이 침입했을 때였다. 그러나 이창호 9단은 예상과 달리 공격을 멈춘 채 침착무비의 장기전을 선택했고 국면은 다시 잔잔한 흐름으로 돌아섰다.
패와 은근한 타협, 살벌하지 않은 작은 펀치들이 오가며 국면은 종반전으로 접어들었고, 미세한 가운데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끝내기 승부가 펼쳐졌다. 결국 윤준상 6단에게서 단 한 번의 실수가 등장했고, 이 한 수로 백의 반집승이 결정됐다. 이창호 9단은 근래 전투적인 경향을 띠는 기풍의 변화를 보였으나 이날은 시종일관 과거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이창호 9단은 이번 도전기에서 승리하면 왕위 12연패의 위업을 이루게 된다. 그러나 패배할 경우 14세 때인 89년 프로 첫 우승을 거둔 지 18년 만에 '무관 전락'이란 쓰라림을 맞보게 된다. 그 기로가 될 도전기 제3국은 20일 한국기원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