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단가 낮춰야 경쟁력회복/대선진국수출부진의 원인과 대응­한은분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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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전문상품」 없고 불량률마저 높아/후발 개도국과 차별화 전략 필요
「대선진국 수출부진은 선진국경기 후퇴보다는 우리의 산업경쟁력 약화가 주원인이다」.
한국은행이 우리 수출의 문제점을 진단하며 내린 결론이다.
우리 경제가 살 길은 결국 수출인데 요즘처럼 당장 개발도상국의 개발수요를 업고 소재나 부품 몇개 파는데 만족해선 몇년 못간다. 따라서 구매력이 크고 시장도 넓게 열려있는 선진국시장에서 승부를 걸어야 한다. 그러려면 지금부터 기업이 원가절감과 생산성향상으로 값싸고 질좋은 물건을 만드는데 노력을 기울이고,정부도 물가안정 등 경제안정 기조를 다져가면서 기술과 인력개발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수출기업의 경영여건개선을 적극 추진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한국은행이 6일 발표한 「대선진국 수출부진의 원인과 대응방안」이란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의 선진국에 대한 수출은 89년이후 4년째 줄어드는데 대만·중국·태국 등 주요경쟁국들의 대선진국 수출은 계속 늘어나 심각한 도전이 되고 있다. 우리의 선진국에 대한 수출비중은 몇년전까지만 해도 전체수출의 7할이 넘었는데 올들어선 겨우 절반을 넘을 정도(56.7%)다. 특히 미국에 대한 수출은 89∼91년 연평균 4.6%씩 줄어들었으며 올들어 그나마 작년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나 미국의 보호주의 색채가 강화되면 우리의 대미수출은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90년까지만 해도 우리상품의 미국·일본시장에 대한 점유율은 중국보다 높았는데,지난해 역전됐으며 올들어 그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의류·신발·전기기계·자동차 등 우리나라 주요 수출품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90년이후 계속 떨어진 반면,중국은 섬유사·직물이 91년부터 1위를 기록하고 있다. 88년까지만해도 4위로 미국 자동차시장을 공략했던 우리나라의 자동차는 89년 멕시코에 4위 자리를 물려주더니 작년에는 7위로 밀여났다. 이같은 수출부진은 선진국의 경기침체,수입규제 강화,경제블록화,중국 등 후발개도국가와의 경쟁 등 「나라밖」 요인도 있지만,그보다는 「나라안」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고 한은은 지적하고 있다.
우선 우리 상품의 수출단가가 다른 경쟁국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 88년이후의 임금상승과 고금리에 따른 금융비용 부담증가,87∼89년사이의 급격한 원화절상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전문상품이 없으며 고급화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불량률마저 높아 이미지가 나쁘다. 특히 신발·의류·가전제품 등은 지명도가 낮은 탓에 자가상표 수출보다는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 수출에 의존해오다가 우리 상품의 가격이 높아지자 선진국에서 동남아와 중국 등으로 수입선을 전환해 우리의 시장기반이 더욱 취약해졌다.
따라서 현재 중저가품 위주로 돼있는 경공업제품은 고부가가치상품으로 바꿔 후발개도국 제품과의 차별화를 꾀하고,수출주력상품으로 등장하고 있는 중화학공업제품도 품질을 향상시켜 후발개도국의 추격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한은은 지적했다.<양재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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