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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5·18」 응어리 푼다/항쟁부상자동지회,전경 초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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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얼싸안고 화합의 한마당잔치
80년이후 10여년이 넘게 5·18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 격렬하게 시위를 벌여온 「5·18 광주민중항쟁부상자 동지회」가 전·의경들을 초청,화합의 한마당 잔치를 펼쳤다.
3일 오전 10시30분부터 광주시 구동 광주실내체육관에서는 그동안 각종 시위현장에서 맞서왔던 5·18 부상자 1백50여명,전남지방경찰청 기동7중대소속 전·의경 1백50여명이 한데 어울려 우의를 다졌다. 5·18부상자동지회는 이날 행사에 전·의경뿐만 아니라 그동안 이들을 가까이 지켜본 광주시내 경찰서 정보과 형사 및 5·18보상관련 시청 공무원들까지 초청,새삼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80년 5월이후 5월 관련 단체와 전·의경들이 한자리에 모여 화합잔치를 벌인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이날 행사는 당사자들 뿐만 아니라 시민들에게도 신선한 감동을 주었다.
5·18부상자들은 그동안 각종 시위현장에서 걸핏하면 길바닥에 드러눕는 등 가장 격렬하게 시위를 벌여 전·의경에겐 껄끄러운 상대일 수 밖에 없었다. 경찰 역시 광주시위 현장에서 이들을 연행,멀리 장성·순천 등지로 한밤중에 격리시키곤해 5·18부상자들에게는 미움의 대상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은 이날 다섯시간에 걸쳐 배구·족구 등 운동경기에 이어 노래자랑·사물놀이 등을 펼치며 서로간에 쌓인 뒤틀린 감정을 털어냈다.
5·18부상자동지회 부녀회원들은 집에서 마련한 점심과 다과를 권하며 「전·의경들도 우리의 이웃이며 아들들임」을 강조했고 의경들은 장기자랑으로 화답하며 친숙함을 과시했다.
5·18부상자동지회 심인식회장(43)은 『우리는 오늘 이 지역에서 한번도 경험해보지 않았던 행사를 치르고 있다』며 『5월 가족과 전경들이 한자리에 모여 어울림으로써 광주는 더이상 한의 도시가 아니다』고 말했다.
심 회장은 또 『5월 단체가 대정부 투쟁 일변도의 활동만 해왔다는 일부 시민들의 충고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지역사회 구성체로서 거듭나기 위해 이번 행사를 마련했다』며 『5월의 아픔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5월단체가 이 땅의 젊은이인 전·의경들을 얼싸안아 지역의 화합을 이루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날 5·18부상자동지회 회원들과 어울려 웃음꽃을 피운 광주 북부경찰서 박일만서장은 『시위현장에서 빈번히 부딪쳐 미운 정 고운 정이 많이 든 5월단체들과 경찰의 화합의 장은 진작 마련됐어야 했다』며 다시는 거리에서 서로 맞서는 어색한 사태가 일어나지 않기를 희망했다.
5·18부상자동지회 회원인 김광헌씨(65·광주시 산수동)는 『그동안 시위현장에서 83차례나 연행·격리됐었지만 전·의경들에 대한 미움은 남아있지 않다』고 말했다.<광주=천창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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