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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실 불만이 불화의 원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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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위크다이애나를 주제로 또 다른 책을 쓰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다이애나가 사망한 이후 10년 동안 수많은 작가와 비평가들이 그녀의 인생을 낱낱이 들춰냈기 때문이다. 런던에서 발행되는 잡지 태틀러와 미국 잡지 배너티 페어와 뉴요커의 편집장을 지낸 티나 브라운은 ‘다이애나 연대기(The Diana Chronicles)’에서 다이애나의 초상을 신선하고 인간적으로 그려냈다. 크리스토퍼 디키 뉴스위크 기자가 브라운을 인터뷰했다.

다이애나와는 어떤 관계였나?

십수년 동안 네댓 번 만났다. 태틀러에서 일하던 시절 동료 기자들이 다 젊었고, 다이애나 역시 갓 스물을 넘겼을 때였다. 그래서 다이애나와 세대적 공감대 같은 게 있었다. 다이애나의 이야기에서 언제나 그런 유대감을 느꼈다. 주영 미국 대사관 만찬에서 한 번, 다른 대사관의 행사에서 두세 번 그녀를 더 만났다. 그리고 다이애나가 사망하기 6주 전 뉴욕에 왔을 때 같이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포 시즌스 호텔에서 애나 윈투어 보그 편집장과 함께 그녀와 점심 식사를 하며 두세 시간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이애나는 인생의 중대한 시기를 맞아 미국 여성처럼 변신하려고 마음먹은 듯 보였다. 주영 미국 대사관에서 만났던 소녀 같은 이미지와는 딴판으로 변한 그녀의 모습에 놀랐다. 그녀는 침착하고 자신감 있는 세계적 수퍼스타가 돼 있었다. 아주 인상적이었다.

태틀러 시절 쓴 다이애나 기사를 읽으면서 만약 다이애나가 없었다면 티나 브라운이라는 기자도 없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웃음] 다이애나는 훌륭한 기삿감이었다. 그녀는 큰 이야깃거리였고, 잡지란 이야깃거리를 좇는 사업이다. 그녀는 영국을 유행의 중심으로 만드는 데 일조했고, 그것은 사교계 이야기를 다루는 잡지에 더 없이 좋은 소재였다. 태틀러는 런던 사교계 이야기를 전하는 잡지였고, 다이애나는 사교계에 새로운 활력을 준 인물이었다.

다이애나의 사망에 음모가 있었다는 생각은 추호도 해보지 않았다고 했는데.
음모설은 [다이애나의 남자친구였던 도디의 아버지 모하메드 알 파예드가 지어낸] 터무니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책에서 지적한 대로 다이애나의 사망과 관련된 인물 모두가 파예드의 측근이었다.
그게 파예드의 딜레마다. 다이애나는 파예드의 호텔에서 제공한 차를 타고 그 호텔을 떠난 뒤 사고를 당했다. 파예드의 경호원이 경호를 맡았고, 다이애나는 그의 아들과 함께 있었다. 또 그들이 탄 차를 파예드의 보안 책임자가 술에 취한 채 운전했다. 그에겐 끔찍하고 받아들이기 싫은 사실이 분명했다.

다이애나가 사람들이 칭찬하는 대로 훌륭한 어머니였나?
아주 훌륭한 어머니였다. 아이들을 몹시 사랑했고 그 애들을 위해 살았다.

그들이 왕위 계승권자라서 그랬던 건 아닌가?
절대 그렇지 않다. 그런 사실을 중요하게 여기지는 않았다. 다이애나는 그 애들을 매우 사랑했다. 그녀가 유일하게 무조건적으로 사랑했던 대상은 아이들뿐이었던 듯하다. 일방적인 사랑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는 사랑이었다. 아이들이 그녀를 필요로 했던 것처럼 그녀도 아이들의 사랑을 필요로 했다. 모든 일을 아이들 위주로 계획했다. 스케줄은 철저하게 아이들 위주로 관리됐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었다. “안 되겠어요. 그날은 윌리엄 학교에서 현장 학습 가는 날이에요. 아뇨. 안 되겠는데요. 그날은 해리 학교에서 운동 경기가 있는 날이에요. 주말에는 집에 있어야 해요. 애들이 집에 있으니까요. 만나자는 사람이 누구라도 상관없어요. 어디서 아무리 높은 사람이 왔다고 해도 안 돼요.”

그 시절의 다이애나는 꽤 잔인했다. 파파라치의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리려고 새러 퍼거슨을 이용하지 않았나?
그렇다. 퍼기를 늑대들의 먹이로 내주었다.

도디와 결혼할 가능성이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나?
아니다.

일말의 가능성도 없었나?
없었다. 다이애나가 도디 파예드의 부인이 되려고 웨일스 대공녀라는 작위를 포기하지는 않았을 거라고 확신한다. 아이들이 그를 싫어했다. 그래서 도디와 결혼하지 않았으리라 본다. 또 다이애나는 비행기 안에 금 수도꼭지를 설치하고 값비싼 양탄자를 깔고 다니는 어리석은 졸부들을 비웃었다. 도디와의 만남은 그저 한여름의 불장난에 불과했다. 또 만약 그녀가 그 순간에는 그를 사랑했다고 해도 가을이 돼서 나뭇잎이 퇴색하면 도디에 대한 감정도 달라졌을 게 분명하다.

찰스 왕세자와의 애정생활에선 뭐가 잘못됐나?
다이애나가 잠자리에서 찰스를 만족시키지 못했던 듯하다.

찰스 역시 마찬가지 아니었나?
그렇다. 하지만 공정하게 말하자면 찰스는 경험 많은 사람이었고 다이애나는 그렇지 않았다. 또 찰스는 경험 있는 여성을 좋아한 듯하다. 어떤 남자들은 자신이 이끌어 줘야 하는 순진한 여자를 좋아하지만.

처녀 말인가?
그렇다. 찰스가 아내로 맞은 다이애나가 그랬다. 하지만 그런 여자가 자신의 취향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남자들도 있다. 다이애나는 찰스의 취향에 맞지 않았다. 다이애나는 자신이 남편을 성적으로 만족시키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매우 상처받았다. 그리고 그녀는 한번 상처받으면 딱딱한 껍질 속으로 숨어버리는 유형이었다. 상처를 받으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남편이 자신에게 성적으로 흥미를 못 느낀다는 사실에 너무 상처를 입은 나머지 몸을 움츠리고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나중에는 성적 관심이 강한 사람이 되지 않았나?
제임스 휴이트 소령 덕분이었다. 다이애나는 그를 몹시 좋아했다. 그는 키가 훤칠했고, 제복을 입은 모습이 근사했다. 아주 멋진 남자였다. 다이애나는 흔히 말하는 잘생긴, 깎아놓은 듯한 외모의 남자를 좋아하는 다소 순진한 취향을 지녔었다. 휴이트가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그는 다이애나를 성적 관심이 강한 사람으로 만들었다.

뉴스위크 한국판 6월 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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