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공 출판관계담당 미 커닝햄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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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대한무역진흥공사에서 출판관계 일을 하는 미국인 로버트 커닝햄은 한국의 소비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지키는데 다소 소극적이 아니냐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한 달에 두번 꼴로 부인·아들과 함께 저녁때 피자를 먹으러 가는 그는 『한국피자는 미국보다 값은 두 배나 비싼 반면 양은 절반뿐』이라고 지적한다. 또 한국의 세탁기 가격은 미국에서보다 두 배 정도 비싸다』고 말한다.
물론 한국과 미국은 물가차이가 있는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한국인들이 지나치게 비싼 가격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같은 인상을 받을 때는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그는 밝혔다.
그는 『세 식구가 집 근처에서 피자 한 접시와 아이스크림을 먹고 택시 타고 집에 가는데 미국에서는 15달러(1만2천원선)면 되지만 한국에서는 2만5천원이나 든다』며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6천 달러를 조금 넘는데 어떻게 이런 비싼 음식을 먹을 수 있고 왜 한국소비자들은 가만있는가』고 궁금해했다. 미국에서는 공산품이나 음식가격이 너무 비싸면 소비자·시민단체들이 가게·기업에 직접 가격인하 요구 편지를 쓰거나 전화를 걸고 또는 국회의원이나 정부에 「압력」을 넣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런 경우 대체로 가격이 적정수준까지 내려간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택시운전기사들의 불친절을 여러 번 당했는데 왜 개선되지 않는지 이해가 안 간다』며 『미국에서는 승객이 즉각 택시운전기사에게 항의하고 다음에는 택시회사에 시정을 요구하는 등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고 밝혔다.
커닝햄은 또 『도로공사 뒤 길포장이 제대로 안돼 보행자나 운전자들이 큰 불편을 겪거나 때로는 환경오염문제가 대두되는데도 빨리 시정되지 않는 것은 시민들이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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