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심 한복판에 아리아 부르는 돼지 나타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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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애틀 도심 한복판에 '노래하는 돼지' 한 마리가 나타났다. 시애틀 오페라단의 상주 무대인 시애틀센터 내 맥카우 홀 앞 광장에 있는 '목쉰 돼지'(Rusty the Pig)가 그 주인공이다. 이 돼지는 시애틀 오페라의 무대장치 제작소의 무대 디자이너 키티 바카노가 디자인한 도자 조각품이다. 시애틀 오페라에서 무대 장치로 그리스 로마 시대의 조각상을 만들 때 쓰는 기술을 동원했다.

'목쉰 돼지'는 시애틀 시가 '파이크 플레이스 마킷' 개장 100주년을 맞아 시애틀 시내 전역에 공공 미술작품으로 전시 중인 100마리의 돼지 조각 중 하나다.

파이크 플레이스 마킷은 현존하는 미국 최고(最古)의 농수산물 시장으로 시애틀 최고의 관광 명소다. 세계적인 커피 체인점 스타벅스도 1971년 이곳에서 탄생했다.

'목쉰 돼지'는 멀리서 보면 다른 돼지 조각처럼 평범하다. 하지만 사람이 가까이 오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시애틀 오페라단의 무대장치 제작소장으로 있는 마이클 무어가 직접 작곡한 이탈리아 아리아 '돼지의 노래'를 부른다. 돼지 목소리의 실제 주인공은 시애틀 오페라단 소속의 바리톤 존 보이어. 보이어의 목소리를 디지틀로 녹음한 다음 전자회로로 변환해 돼지 조각상에 센서와 함께 내장시켜 놓았다. 돼지코 앞에 어떤 움직임이 포착되면 전자회로가 돌아간다. 전자 타이머로 연주 시간은 한번에 5분으로 제한했다.

전시가 끝나는 10월 12일 '목쉰 돼지'는 다른 99마리의 돼지들과 함께 경매에 부쳐진다. 수익금은 파이크 플레이스 마킷이 저소득층을 위해 벌이고 있는 구호 사업의 기금으로 쓰인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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