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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 밝힐 미 문서 분석 시급"|『한국분단보고서』 일부번역서 낸 건국대 신복용 교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누가, 왜 한국전쟁을 일으켰는가. 미·소는 남북분단에 어떻게 관여했는가.
이런 물음에 하나의 답이 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미국측의 일부 문서가 최근 『한국분단보고서』라는 책으로 엮어져 나왔다.
『국내에 처음 공개되는 사실들이 많습니다. 미국이 한국전음 분명히 예상하고도 군대를 철수시켰다든지, 2차 대전 말기 소련을 한반도에 끌어들인 것은 일본 관동군의위력을 과대 평가한 미국의 판단 착오였다는 등의 내용은 우리에게 새로운 것들입니다.』
지난 3년여에 걸쳐 이들 미국문서를 번역한 건국대 신복용 교수(51·정치외교학과)는 『한국전·남북분단 등에 관한 그간의 막연한 추측을 수정·보완할 수 있는 자료로써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한국분단보고서』를 자평했다. 한 예로 「세계 어디에선가 전쟁이 일어나지 않으면 미국은 경제적으로나 국민적 사기 면에서 매우 어려움을 겪게 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국전쟁 발발 직전인 50년 4월 작성된 미국의 「안보각서 제68호」에 대한 본질적 이해를 위해 신 교수는 47년 작성된 미 육군중장 웨드마이어의 보고서를 참고해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시미 대통령 트루먼의 특사로 한국에 파견된 웨드마이어는 이승만·김구 등을 만나고 이들로부터 한국의 내전 가능성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전달받고 「냉정한」시각으로 이를 본국에 보고한 바 있다.
신 교수는 그러나 『이번 보고서는 2백여만 페이지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 한국분단에 관한 미국측 문서의 약0.4%에 해당하는 8천여쪽을 압축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며 『미국에 이런 문서들이 엄청나게 많다는 사실을 안 것이 오히려 큰 소득』이라고 말했다. 지난 85년 한국현대사 관련 자료수집차 미국을 방문한 신교수는 워싱턴 국립문서보관소에 소장된 방대한 양의 한국관련 자료를 보고 놀랐다는 것. 지하서고의 크기가 서울운동장의 15배 정도인 이 문서보관소에서 신 교수는 『처음 몇 달은 어떻게 관련문서를 찾아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했다』며 『정부와 학계가 앞장서 한국관련 문서의 체계적인 복사대책을 시급히 세울 때』라고 말했다.
예컨대 일본의 경우 정부에서 수년 째 역사학자·복사기술자 5명을 상주시키며 자국관련 자료를 복사하고있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 75년 미국의 「정보자유법」 통과로 특급비밀이라도 사후 25년이 지나면 대부분 공개됨에 따라 가능해졌다.
신 교수는 『이번 보고서가 한국분할·미군정·신탁통치·소련의 대일 참전 등에 관한 새로운 내용을 담고 있는 만큼 당시 상황을 이해하는 데 크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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