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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왜…(33일간의 잠입 취재기/「불발로 끝난 휴거」:2)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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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공부도,먹고살 걱정도 없다”/신도들 “천국가면 「다미타운」”/생활고·불화 주부 가장 많아/학생들 도서관 간다고 속이고 예배
중앙일보 특별취재반이 신도를 가장,다미선교회에 잠입한 것은 지난달 26일.
교회측은 『이장림목사의 저서를 읽고 감명을 받아 왔다』는 기자에게 주소·직업·가족관계 등을 자세히 적는 입교신청서를 쓰게 했다. 그뒤 집으로 전화를 걸어 기재내용이 사실인지 확인하고는 입교를 허락했다. 매일 오후 8시쯤부터 자정까지 열리는 예배 참석 신도는 1천2백여명. 신도들은 교회에 들어서면 곧바로 자리를 잡고 기도를 시작했다. 신도들끼리 신상에 대해 묻거나 알려고 하지 않는 분위기였고 기자가 조금만 캐물으려들면 즉각 경계의 눈초리가 돌아왔다.
그중 예배때마다 유난히 크게 두손을 흔들며 열광하는 20대 처녀가장 이순자씨(가명)는 『공장일로 홀어머니·여동생을 부양하며 근근이 살아왔어요. 몇달전 친구의 소개로 여기에 온뒤부터 하루하루가 즐거워요. 휴거되면 먹고사는 걱정이 없을테니까…』하고 말했다.
실제로 교회측은 예배때마다 설교를 통해 「고통없는 천국생활」에 대해 선전했다. 부모 모르게 가출해 학교에도 안가고 낮엔 가두전도활동,밤엔 철야예배로 하루 24시간을 교회에 바치고 있는 J고 3년 김정식군(17·가명)은 『하늘나라에 가면 학교·도서관·병원 등 모든 시설이 갖춰진 「다미타운」이 있고 그 사이로 젖과 꿀이 흐르는 생명강이 있다고 목사님이 말씀했다』며 휴거뒤 「파라다이스」를 확신했다.
『머리 싸고 공부할 필요 있나요. 곧 마음대로 대학에 갈 수 있는데….』
신도들의 남녀비율은 3대 7로 여자가 많았다.
생활고·가정불화에 시달리는 20∼30대 주부가 전체의 3분의 1 가량. 가족끼리 나오는 사람이 절반쯤이었지만 나머지는 가족 모르게,또는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나오는 사람들이었다. 중·고생들중엔 밤에 『도서관에 간다』고 부모를 속이고 나오는 학생도 있었다.
다른 교회에서 염증을 느껴 온 사람이 상당수로 특히 신흥교단인 X교회출신이 많다는 얘기였다. 이전에 교회에 가본 적이 없는 10% 가량의 「순다미」는 개별지도 등 특별관리대상.
청년반에 소속된 70여명의 대학생 신도 가운데엔 S대·E대 등 세칭 명문대학생들도 끼여 있었다. S대에 재학중인 한 학생은 「쓰라린 과거」때문에 방황하다 길을 찾았다고 했다.
「순다미」인 30대 전 세무공무원은 『우연히 이 목사님이 쓴 책을 읽고 감명을 받아 믿게 됐다』며 『직장이 무슨 소용이냐』면서 『할렐루야』를 연발했다.
『하늘나라엔 숙제가 없다』는 철부지 국교생에서 팔순 할머니까지 모든 것을 내팽개친채 오로지 휴거만을 고대하는 신도들. 과연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 철저히 현실로부터 도피하도록 만들었을까.
잠입 한달만인 25일,마침내 신도 1천3백여명에게만 발부되는 「천국행 티킷」 휴거 기도회 출입증을 받았다.<특별취재반>
◎신도·가족들 “집단 소송”/교회는 잇따라 문닫아
「10·28휴거」가 불발로 끝난뒤 시한부 종말론 교회들이 속속 문을 닫고 있는 가운데 신도나 가족들이 교회측에 정신적·물질적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집단 움직임을 보이는 등 파문이 확대되고 있다.
30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지역 11개 종말론교회중 동교동 들림중앙교회 등 절반이 넘는 여섯곳이 「10·28휴거」 불발이후 문을 닫거나 예배를 중단했다.
다미선교회에서 분파한 들림중앙교회(목사 고종영·45)는 28일밤 신도 가족들이 수차례 찾아와 전화기·마이크 등을 부수며 항의하는 사태가 빚어진뒤 29일 오전 신도들이 모두 짐을 챙겨 떠났으며 고 목사도 『교회일에서 손을 떼겠다』고 밝힌뒤 문을 닫았다.
옥수동 지구촌선교회·논현동 논현감리교회는 목사들이 각각 교회를 신도들에게 넘겨주고 떠나기로 했다.
한편 지난날 결성된 「종말론피해자대책협의회」(회장 이승은·51·여)는 종말론의 본산인 다미선교회측에 신도 및 신도 가족이 입은 정신적·물질적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빠른 시일안에 회원 연명으로 내겠다고 30일 밝혔다.
경찰은 이에 따라 휴거당일인 28일 이들 교회주변에 임시피해신고소를 설치한데 이어 29일부터 전국 경찰서 및 파출소·지서에서 종말론 피해신고 및 고발접수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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