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 교수 소설파문/예술이냐 외설이냐/「한계논쟁」 재연 조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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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검찰 “풍속 현저히 해쳐 방치 곤란”/“창작·표현의 자유 침해” 반론일듯
연세대 마광수교수의 『즐거운 사라』 등 일부 출판물에 대한 검찰의 사법처리 방침에 따라 또한차례 문학과 외설의 한계논쟁이 일 전망이다.
검찰은 최근 마 교수의 일련의 「작품」뿐만 아니라 일부 잡지·주간지 내용이 예술차원을 벗어난 외설성으로 윤리와 풍속을 현저히 해치고 있어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검찰이 특히 문제삼고 있는 마 교수의 『즐거운 사라』에 대한 인식은 한마디로 「포르노가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문자화됐다」는 것이다.
창작 또는 표현의 자유라는 반론제기 가능성에 대해 『「즐거운 사라」 몇페이지만 읽어보면 더이상 반론이 필요 없을 것』이라는 것이 검찰관계자들의 단언이다.
현행법상 외설 출판물에 대한 제재는 형법(제243·244조),미성년자보호법(제2조2항),출판사 및 인쇄소 등록에 관한 법률적용 등 사법적인 조치와 간행물윤리위원회의 심의에 따른 행정적인 규제 등 두가지로 대별된다.
검찰은 사법조치라는 「칼」을 빼기에 앞서 윤리위를 통한 출판문화계의 자율적인 제재를 기대해왔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즐거운 사라』 등에 대한 문학·예술성 논쟁이 계속돼온데다 현직교수를 작품내용을 문제삼아 실정법으로 다스리는데 따른 여러가지 부담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끝내 출판계·문단 등 내부로부터의 자정움직임이 없을뿐 아니라 최근들어 확산되고 있는 청소년층의 무분별한 성개방풍조 등 퇴폐범람 현상에 마 교수의 「작품」이 적지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 등에 주목,사법처리라는 강경제재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문학작품의 외설성 여부가 법의 심판대에 오른 것은 69년 모대학 박승훈교수(영문학)가 『서울의 밤』 『영점하의 새끼들』 등을 연속 출간,「박승훈 신드롬」을 일으키다 같은해 7월 형법상의 음란물죄로 구속되고,73년 소설가 염재만씨가 『반노』로 구속된 사례 등을 꼽을 수 있다.
이중 『반노』는 「그 주제가 성의 노예성으로부터 새로운 자아를 발견하는 방향으로 지향했다」는 취지로 그 주제성을 인정받아 고법·대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박 교수의 「작품」들은 유죄로 판결이 났다.
우리나라 법원의 음란성에 대한 해석은 당초 『채털리부인의 사랑』에 대해 일본 최고재판소가 「형법의 구제대상이 될 수 있다」고 판결한 것과 같은 입장에서 『반노』사건을 계기로 「상대적 개념」을 중시하는 등 대체로 법해석상 음란의 개념이 점차 축소되고 있는 경향을 보여왔다.
검찰이 이번에 마 교수에 대한 사법처리 방침을 세움에 따라 그동안 다소 잠잠한 상태였던 문학의 외설성 시비가 재연됨은 물론 가벌성 여부를 둔 논쟁이 문학·예술계 등 각계로 확산될 전망이다.<김용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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